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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태수] 어느 수의사의 일기 71편 - 에미
작성자 캐비어... 조회 2,792
등록일 12-08-02 17:52
내용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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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병원을 개원한지 3년째 되는 해였다.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단골손님도 늘어갈 때 쯤 요롱이라는 치와와 암놈이 골반골절로 내원했다.
요롱이는 평상시에 똑똑하고 애교가 많아서 귀여움을 많이 받았던 녀석인데, 보호자와 집근처로 산책을 나갔다가 오토바이에 사고를 당한 것인다.
엑스레이 사진상으로 천골과 장골 골절 및 고관절 탈구소견이 보였다.
일반적으로 골절 시술을 해야 하는데, 몸무게 1.2kg 밖에 나가지 않는 환자를 수술하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울 수 밖에 없었다.
당시만해도 동물용 수술기구 및 소모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이 없어서, 뼈의 크기에 적합한 굵기의 골절핀을 구하기도 어렵고, 사이즈가 맞는 스크류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동물병원 경영학 강의를 하면서 가끔 사용하는 레퍼토리가 있다.
임상이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이다.
여러 가지 답변이 나온다.
수의학 지식을 이용하여 사회봉사를 한다는 사람도 있고,
삶의 보람을 느끼는 것이라는 사람도 있고,
물론,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사람도 있으며,
임상을 할 생각이 없어서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다.
 
, 임상이란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 서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남들보다 한 계단 앞서있다고 해도 한눈파는 순간 바로 남들과 같은 위치이고, 한 걸음 걸어 올라가면 제자리이며, 계속 해서 걸어야, 늙어서 이 직업을 그만 둘때까지 계속 정진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수의학은 현재까지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완벽을 기하기 위해, 수많은 학자와 교수, 학생, 임상가들이 노력하고 있는 학문이다.
오늘까지 좋았던 치료법도 내일이면 더 나은 방법이 나올 수 있고, 오늘까지 옳다고 믿었던 내용이 수많은 연구를 통해 아니라고 할 수 도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더욱 더 한걸음, 한걸음씩 움직여야 되는 것이라 말한다.
또한, 임상의 []자는 닥칠 []자이고, []자는 서로 []자 이다.
, 닥치면 해야하는 일이다.
따라서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언제든 해결할 수 있게 준비된 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요롱이를 위한 수술은 상태에 따라 하루, 이틀 기다릴 수 있지만, 그 당시 상태는 출혈도 지속되는 상태이었기에 내과처치를 하면서 경과를 보기는 어려웠다.
일단 가지고 있는 핀중 가장 작은 사이즈를 숫돌에 갈아 적정 크기로 줄이고, 스크류핀을 잘라내어 스크류를 대신하기로 했다.
그 작은 몸에 메스를 대고 정밀하게 붙이고 교정하며 나름대로 고생을 했다.
내가 아는 카센타 사장님이 하던 말이 생각난다.
그랜저 공임비보다 티코 공임비가 더 비싸다고 한 말이다. (진짜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왜냐고 물으니 티코는 손이 들어가지 않아서 수리시간이 더 걸린다는게 이유란다.
 
다행히도 요롱이는 수술 후 정상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 후로 새끼도 3마리나 낳았다.
 
헌데 이 녀석의 새끼 사랑이 장난이 아니다.
지는 눈이 움푹 들어갈 정도록 말랐어도 5개월까지 젖을 물리고,
, 오줌 다 받아주고,
새끼들이 밥 다먹을때까지 기다렸다가 남은 음식 먹고,
수시로 핥아주고,
비쩍 마른 것이 불쌍해서 새끼들 몰래 고기라도 한점 주면, 먹는 척하고 받아서 지 새끼들한테 나눠 먹인다.
지가 한번 산책 나갔다가 데어서 인지, 지 새끼들과 나갈때는 귀를 잔뜩 세우고 눈에 힘주고 경계를 한다고 한다.
주변에서 하도 새끼들을 달라고 해서 보호자가 시달리다 못해, 아기들을 분양한 후로는 요롱이가 7일 넘게까지 굶고 울고 시름시름 앓았다고 했다.
보호자도 후회를 했지만, 어쩔 것인가 준 강아지 도로 데려도 놓을 수도 없고......
차선책으로 다시 새끼를 갖기로 했고. 이번에는 한 마리던 열 마리던 분양하지 않기로 하셨단다.
 
몇 개월 후 계획대로 임신을 하고 초음파와 엑스레이 검사상에서 이쁜 아기 2마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출산 예정일 하루를 앞두고 또 사고가 났다.
이번에도 산책나갔다가 차에 치인 것이다.
보호자 말로는 차 바퀴 부분에 앞가슴쪽을 부딪히고 튕겨나갔다고 했다.
아마 몸이 무거워서 빨리 피하지 못했을 거라는 얘기와 함께, ‘임신을 괜히 시켰다,’ ‘저번에 그렇게 놀라고도 또 주의깊게 산책을 못시킨 자기 탓이다라고 하며 거의 실신하다시피 우셨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 강아지 산책시킬 공간이나 있었으며, 산책시킬 때 사람들의 시선은 어땠는가?
어디 보호자만의 탓이겠는가?
 
나는 수의사다.
그것도 임상 수의사다.
임상 수의사는 상황에 있어, 냉철해야 한다.
환자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이때 만큼은 머리 속에 감정을 넣어서는 안된다.
요롱이를 살펴봤다.
갈비뼈가 두어개쯤 부러진것 같았으며, 폐의 출혈로 의심되는 코피가 나오고 있었고, 호흡은 약하고 힘이 없었으며, 노력성의 호흡을 하고 있었다.
체온은 계속 낮아지고 있었으며, 쇼크로 인해 의식은 없었고, 동공빛반사도 거의 없었다.
뇌의 손상도 의심되었다.
급히 초음파를 통해 새끼를 살펴봤으나 아직 태아는 살아는 있었지만 심박이 느려지는 것으로 보였고, 에미인 요롱이는 가망이 거의 없었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해서 폐출혈이 있다면 5분정도 버티면 정말 잘 버틸 것이라고 생각했다.
보호자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이미 가망이 없다고.........
뭐라 드릴 위로의 말씀이 없다고......
죄송하다고..........
 
보호자는 더욱 슬피 울면서, 아직 보낼 준비가 되어 있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참 뜸을 들이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새끼는 살릴 수 있느냐고 물었다.
확실한 답은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했다.
제왕절개 시술과 관계없이 어미는 바로 사망할 것 같고, 수술을 하지 않으면 새끼들도 곧 사망할 것 같은 상황임을 알려주었다.
 
이 때였다.
갑자기 요롱이가 ~하는 소리를 내면서 보호자를 쳐다봤다.
잠시 일시적으로 의식이 돌아오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무슨 할말이 남아 있는 것처럼....
그리고는 다시 의식을 잃었다.
보호자는 잠시 요롱이를 쓰다듬더니 이내 결심한 듯, 천천히 말을 떼었다.
수술해 주세요, 산모가 가망이 없다면 자식만이라도 살려보고 싶네요. 워낙 지새끼를 아끼던 에미였으니 요롱이도 그걸 원할 거에요,’
 
전신마취는 할 수 없었다.
바로 산모가 사망할 것이기에...
대동물 수술을 할때처럼 국소마취만 하고 재빨리 제왕절개 시술을 들어갔다.
, 수술 중에 분명히 요롱이가 사망할 것이라고 봤다.
5분 버틸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으니까, 내가 살펴보고 보호자와 상담하고 수술준비하고 하는데만 3분은 걸렸을 테니 분명히 그렇게 될 것이다.
응급 수술로 새끼들을 꺼내는데 6분 남짓 걸렸다.
새끼들은 간호사가 코와 입을 씻기고 맛사지를 하고 있는데, 다행히도 호흡을 하고 있었다.
이제 봉합하는 일만 남았는데, 산모의 상태가 더욱 좋지 않다.
한 바늘, 한 땀을 뜰때마다 요롱이가 마지막 호흡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수술은 내가 제왕절개를 했던 그 많은 수술중에서 가장 빨리 마쳤던 것 같다.
보호자에게 요롱이와 새끼들을 보여드리는 순간, 정말 거짓말처럼 요롱이가 다시 한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보호자가 안고 있던 자신의 새끼에게 흐린 시선을 맞추려고 애썼다.
보호자는 울면서 새끼들을 요롱이의 눈앞에 놓아주었다.
온몸에 힘을 다 쏟아붓듯이 요롱이는 새끼들을 한번씩 매우 힘들게 핥는 시늉을 하고, ‘하는 애쟎한 숨과 피를 토해내고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마치, 새끼들을 살리기 위해 끝까지 버..... 것처럼 말이다......
.
요롱이는 새끼가 아니었으면 벌써 사망했을 것이다.
많은 강아지를 수술하고 치료해 보았다.
많은 강아지를 살려보기도 했다.
, 그만큼 많은 강아지의 죽음을 보기도 했다.
강아지가 죽기전에 잠깐 반짝하고 의식이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사람도 명을 다할때 그런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이를 회광반조라고 한다.
하지만,
5분도 넘기기 힘든 강아지가 30분 가까이 버티는 것과,
두 번씩이나 반짝하는 증상을 보이는 것은 이 번이 처음이다.
수의학 교과서에는 없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
정답은 책이 있지 않을 것이다.
 
바로 에미이기 때문이다.
에미의 지..
[나태수] 어느 수의사의 일기 70편 - 초보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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