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 공지사항
  • 언론보도
  • 칼럼 캐비어 생각
  • 어느 수의사 일기
  • 치료/검사사례
  • 진료후기
  • 캐비어 포토
  • 온라인 상담

Home > 커뮤니티 > 어느 수의사의 일기

제목 [나태수] 어느 수의사의 일기 67편 - 터널
작성자 권영항 조회 4,021
등록일 03-01-14 13:42
내용 [나태수] 어느 수의사의 일기 67편 - 터널


"자기 하나(요크셔 테리어 9살)야?"

우리 아가씨가 대단히 충격적이고 모욕적이면서 엄청난 이 단어를 사용했다.


답답한 도시를 떠나 전원에 가까운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면허없는 우리 아가씨와 부모님은 조금 불편해도, 나는 아침 저녁 출퇴근 길이 시외로

드라이브를 나서는 것처럼 싱그럽고, 눈의 피로가 풀리는 듯 하여 행복하다.

맑은 공기를 한웅큼 삼키면 가슴이 뚫리고 머리도 가벼워지는 것 같고.

또한, 30분 정도 소요되는 시간 동안 라디오를 들으며 상념에 빠질 수도 있어서 좋다.

특히 아침에는 라디오 백일장 같은 단편 문학을 접할 수 있는데, 이것이 내가 위의

말을 들은 이유가 되어 버렸다.


병원에서 집까지는 세개의 터널이 있는데, 여기만 들어가면 내용을 들을 수 없다.

나는 이런 소설을 들으면서 마음에 여운이 남는 몇몇편은 우리 아가씨에게 들려주곤 했

는데, 터널에서 듣지 못한 내용은 전달할 수 가 없다.

하필 클라이막스의 대사가 터널의 견제(?)로 인해 알수 없게 되어 버리면 우리 둘다

궁금해서 밤에 잠이 안올 지경이 되어 버렸다.

우리 아가씨는 이럴바에 아예 안듣는 것이 낫다고 하는 바람에, 나는 라디오를 듣다가

이 얘기다 싶으면, 터널 전 후로 속도를 줄이거나 잠시 정차하여 머리속에 내용을 차곡

차곡 묻어 두는 버릇이 생겼다.

그런데,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지 가끔 이야기를 해주다가 기억이 안나는 부분이 발생하기 시작

한거다.

앞뒤의 내용이 바뀌어버리거나,

어떤 때는 여러편의 단편들이 섞여서 이야기가 끝이나지 않는, 결말도 없는, 네버엔딩

스토리가 되어버리기도 하고.......

그러기를 3번쯤 했을까?

결국, 나는 "자기 하나야?" 라는 발언을 들어버리고야 마는 작금의 실태를 겪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집 강아지들은 요사이 태규로 인해 베란다에 있는 임시 피난처(?)에 기거하고 있다.

태규가 걷고 간단히 말할 정도로 자라자, 단 1초도 강아지들을 가만히 두지 않고 있다.

손으로 꼬집고 발로 차는 것은 기본이고, 시달림에 지친 강아지들이 쥐구멍에 몰린 심

정으로 대들기라도 하면, 이 녀석은 누구 성격을 닮았는지(다들 날 닮았다고 하지만,

난 진정코 우리 아가씨 성격을 닮았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집을 수 있는 모든 물건을

들어 강아지에게 집어던진다.

보다 못한 우리집안 식구들은 베란다에 완충구역(?)을 두고 38선(? 발코니 샷시)을 경

계로 태규가 공격할 수 없도록 불가침조약(? 샷시문을 잠금)을 맺었다.

물론, 가끔 태규가 핵폭탄을 투하할수 없도록 핵감시장치 및 경수로를 시찰한다.

(??? 사료나 밥을 주기 위해서 베란다 문을 여는 순간, 아직도 분이 덜 풀린 태규가

주변의 물건을 집어던지는 사태를 철저히 감시한다)


한겨울에 베란다로 본의 아니게 옮겨진 강아지들의 고충도 고충이겠지만, 우리 집 식구

들의 마음도 어지간히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다보다.

특히나 정이 많으신 어머님은 강아지들 추울까봐 전기 장판도 깔고, 이불도 두툼하게

몇개를 깔아주시고도, 시간만 나면 베란다로 나가셔서 이부자리를 고쳐 주신다.


우리집 강아지들 중에 코코(푸들 13살)나 캐리(코코아들 3살)는 이불을 터널처럼 파서

들락거리고, 심술쟁이 하나(요크셔 9살, 위의 두모자와 혈연, 지연, 학연의 관계가 전

혀 없음)는 자기 터널(?)만 빼고 남의 터널은 주인만 없으면 뭉개 놓는다.

하나는 성수대교 밑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삼풍백화점 근처에 살지도 않았는데, 남의

건축물(?)을 무너 뜨리는 것은 왜 그리도 좋아하는지.....


개껌을 하나씩 물려 주면, 코코와 캐리는 터널로 쏙 들어가서 바로 다 먹어버린다.

하지만, 하나는 개껌을 물고 여기저기 숨기러 다닌다.

빨리 껌을 숨겨 놓고, 코코나 캐리것을 빼앗아 먹으려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숨길데가 많았지만, 지금은 베란다의 공간뿐이니 장소의 물색이 만만치 않게

되었다.

어디에 숨길까 한참을 고민하던 하나는, 두 모자가 자신의 껌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있음

을 확인한 후 주위를 살피고는, 코코의 이불 터널 근처에 숨겼다.

그리고는 코코와 캐리 것을 훔쳐먹기 위해 돌격을 하였다.

하지만, 코코와 캐리도 어디 이런 생활이 하루 이틀이었던가?

이들은 하나가 껌을 숨기기 위해 고민하는 3분여 동안 정말 빨리 먹어치우고 아쉬운듯

손을 핥고 있었다.

이에 크게 실망한 하나는 자신의 터널에서 뾰로퉁한 채로 잠을 청하기 시작한다.

그후 10분쯤 흐르고나서,

하나는 불현듯 생각난 듯이, 벌떡 일어나 껌을 찾으러 다닌다.

마치, '아! 나도 껌이 있었지?' 하는 표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첫째는 밤새도록 껌을 찾으러 다니느라 하나는 잠을 자지 못하고,

둘째는 하나자신이 왜 그렇게 돌아다니는지 30분이 경과하면 자신도 모른다는 것이고,

섯째는 코코와 캐리 역시 잠을 못잔다는 것이고(아까 하나가 삐져있을 때 이미 두 모자

가 하나껌을 찾아 나눠 먹었다. 나는 보았다. 둘이서 쑥덕공론을 하고 있는 것을... 이

두모자가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은 하나가 자신의 껌을 도난당한 사실을 알까봐서이다!)

넷째는 우리아가씨와 나는 이것을 보고 배꼽을 잡고 싶지만, 우리집에서 가장 무서운

태규가 잠에서 깰까봐 쿠션으로 입을 막고 꺽꺽거리며 웃음을 참아야 한다는 것이다.


베란다로 이민을 가지 전에도 물론, 하나는 종종 자기가 숨겨논 개껌을 찾지 못할때가

많았다. (이때는 캐리와 코코 모자도 잘 찾아내지 못했다, 혹 찾아서 몰래 먹더라도 하

나가 껌을 찾기 시작하면 둘은 슬그머니 도망을 다니거나, 마주치면 발을 핥는 행동을

하거나, 먼곳을 응시하는 등의 딴청을 부렸었다)

침대에서 자다보면 하나의 개껌에 의해 내 등에 개껌자국이 아련히 새겨져 있을 때도

있고, 세탁기 주변의 빨래더미 속에서 나오기도 하고, 슬리퍼나 구두 속에서 발견될 때

도 있으며, 잠자는 우리 아가씨의 풀어헤친 머리카락 사이에서 보일때도 있고, 카펫바닥

이 울퉁거리면, 100% 껌이었다.

저번에는 전기밥솥에서 발견이 되었는데, 이것은 어찌된 것인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

다.

이 사태는 미궁의 사건으로,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로,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로 우리

집의 전설로 승화되어 있다.


우리 아가씨가 첫째 녀석을 낳고 난 직후 한 일년정도 심각한 건망증에 빠져버렸다.

산후에 흔히 올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날이 갈수록 그

정도가 상상초월을 해서 무념무상의 경지(?)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 예로,

태규 기저귀 버릴 것을 냉장고에 넣어 두질 않나, 새벽에 젖병에 우유탄다고 일어나고는

거기다 커피를 타서 먹이려 하질 않나, [해리슨포드의 대통령]이란 영화를 보면서 주인

공이 누구지?하고 묻질 않나.......

하루는 머리에 머리띠를 하고는 열심히 농을 뒤지길래, 내가 '뭐해?' 하고 물었더니,

"머리띠 찾어! 좀 전에 하려고 뒀는데 어디갔지?"

"지금 머리에 하고 있는 것은 뭐야? 머리띠 아냐?"

"어! 여깄네..! 내 정신 좀 봐"

참! 나! 옛말에 애 업고 삼년 찾는다더니, 호미쥐고 손으로 땅판다더니.......

그때, 내가 처음 이 단어를 사용했었다.

"자기.....하나야? "

우리 아가씨야 육아에 신경쓰느라 정신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집 하나는 왜 그리 정신

이 없는지...

오늘도 아침에 길다란 스틱껌을 던져 주었다.

아마 아직도 좀 더 안전한 장소를 찾기위해 여전히 물고 돌아다니고 있거나, 코코와

캐리의 모자 사기단에 의해 이미 접수 되었을 것이다.


카오스 캐비어 권영항 나태수

도 장 ' 꽝 '

PS : 어찌되었든 내가 이 치욕적인 단어(자기 하나야?)를 듣게 된 이유는, 건망증 심한

슈퍼 울트라 메가 스페샬 뚱땡이 요크셔 하나와, 하필 그시간에 그곳에 있는 터널

때문이다!!!!

[나태수] 어느 수의사의 일기 68편 - 고려장
[나태수] 어느 수의사의 일기 66편 - 한걸음의 의미

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