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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태수] 어느 수의사의 일기 65편 - 수수께끼
작성자 권영항 조회 4,482
등록일 02-11-12 14:41
내용 [나태수] 어느 수의사의 일기65편 - 수수께끼

태규가 지긋이 내손을 잡아 이끈다. 강아지들에게로...

우리 세마리 강아지들은 태규가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것(태규가 먹을 것을 들고 있

으면 맞던, 뜯기던, 채이던 졸졸 쫓아다닌다)을 보자마자 슬금슬금 도망다니기 시작한

다.

열심히 한동안 강아지들 귀찮게 하기가 지쳤는지 태규는 다시 내 손을 잡아 끌고 방

으로 데려간다.

한쪽에서 우리아가씨가 책을 읽고 있자, 자신도 자기 책을 꺼내서 나보고 보여달라고

했다.

그때 내가 잡은 책이 '무얼까?' 이다.


수수께끼를 적어 놓은 아기들 책!

'수수께끼라 참으로 오랜만이네....'

나는 어느새 태규가 울건 말건 손을 잡아 끌건 말건 아기책을 읽으며, 옛생각에 빠져

들었다.


수수께끼라? 어쩌면 넌센스요, 어쩌면 유치한데,

내가 어릴때는 참으로 재미있었다.

이런 재미가 언제부터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잠시 예전으로 돌아가

보자.


1. 깨면 깰수록 좋은 것은?

2. 한구멍이 다섯 식구가 사는 것은?

3. 아침에서는 4발 점심에는 2발 저녁에는 3발인 것은?

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개는?

5. 나는 개, 기는 제비는?

6. 개미집 주소는?

7. 낮에 자고 밤에 일하는 것은?

8. 거품을 내면서 작아지는 것은?

9. 태어난 곳은 물인데, 물에 들어가면 죽는 것은?

10. 남이 망쳐야 잘 살수 있는 것은?

11. 버튼을 눌러도 변하지 않는, 다쳐도 다치지 않는 외계인은?


정답

1. 신기록

2. 양말

3. 사람

4. 무지개

5. 솔개, 족제비

6. 허리도 가늘군 만지면 부서지리

7. 올빼미

8. 비누

9. 소금

10. 어부(그물 망을 쳐야 고기를 잡죠!)

11. 아래의 글을 읽어 보시면 정답이 나옵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수수께끼라는 것이 무릎을 탁치고 '아'하는 탄성이 나오게 하는 것이 있는 반면,

별로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있고, 상상을 펼치게 하는 것이 있는 반면, 넌센스로

치부할만한 것도 있다.

그럼, 세상사는 삶은 어떠할까?

세상삶이 바로 수수께끼 같지 않을까?

학교에서는 정석을 배운다.

착하게 살고, 도덕적으로 살며, 남에게 해끼지지 말며, 사람끼리 돕고, 이웃끼리 친

하게지내며..어쩌고...저쩌고....등등

초등학교만 졸업해도 다 아는 인간의 기본도리인데, 실제로 세상이 이러할까?

우리나라는 민주주의이며 자본주의이다.

(100% 확실한 민주주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실례로 전모 대통령 시대도 난 민주주

의 인줄 알았었다)

자본주의가 공산주의 보다 우월한 것으로 배웠지만, 실제로 부작용도 심각하다.

(공산주의는 아니니 오해는 마시라!)

황금만능주의로 치닫는 것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우리의 딸들이 원조교제를 하는 것이나 돈때문에 부모를 살해하는 것이나....휴...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자본주의라고 누가 그랬었다.

그러나,

대통령 아들이 아니면, 어떻게 말한마디로 몇억을 벌고, 한쪽 눈 살짝 감으면 수십억

사과상자에 담겨 오고 그럴 것 인가?

아니, 기회나 평등하게 주는 것일까?

돈이 없으면 남보다 더 배울 수 없고, 남들보다 늦게 시작해야 한다.

이것은 돈 앞에 평등이지, 사람앞에 평등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야그가 옆길로 새고 있는데... 각설하고..


수의사가 진료하는 방식은 룰아웃(rule out)이고, 의사가 진료하는 방식은 룰인(rule

in) 입니다.

이게 뭐냐?

쉽게 말하면, 내가 심장이 아파서, 병원에 갔다고 가정을 하면,

당당 의사님은 가벼운 병력체크와 망진, 청진 후에 이렇게 할 것입니다.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디가 아프세요? - 대답 -

뒷골이 땡기세요? - 대답 -

계단을 오르내릴때 통증이 있나요? - 대답 -

언제 부터 그랬나요? -대답 -

이렇게 증례를 물어 보면 아마 당신은 이 질병인것 같습니다.

약물 처치후 경과를 한번 봅시다.

이것이 룰 인 입니다.

즉, 어디가 아파요? 심장이 아파요! (심혈관계 어떤 문제가 있구나 --> 이상부위의 판단)

뒷골이 땡기세요? 네 가끔 (고혈압의 증상이 나타나고 있구나 --> 증례의 판단)

계단을 오르내릴때 통증이 있나요? 없어요! (심각한 수준이나 당장 강도 높은 검사가 필

요할 수준이 아님을 판단)

언제부터 그랬나요? 작년부터요! (병의 진행상황 및 예후, 치료기간등을 판단)

여기에 심장청진시 소견을 포함하여 어떤 질병인지 대강 알 수 있으며, 규격화된 처방을

내릴 수 있다는 뜻 입니다.

사람은 말을 하기에 이미 처음의 대화에서 어떤 병일 것이라는 정보를 가지고 그것

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을 하게 됩니다.


그럼, 수의사는?

설사하는 강아지가 왔습니다.

청진시 bowel sound의 항진이 있고, 혈흔이 있으며, 약간의 탈수와 복부촉진시 동통이

있음을 확인합니다.

그리고나서 강아지에게 묻습니다.

'너 어디가 아프니 ? ' ' 멍멍, 야옹 '

'기생충약은 먹었니 ? ' ' 깨갱. 뮤~ '

'언제부터 그랬니 ? ' ' 왈왈. 캬아 '

그러고 있을때 주인이 묻습니다.

"얘 왜 그래요?

"모릅니다. 의심되는 것이 있기는 한데...검사를..."

"수의사가 그것도 몰라요?"

"........"

이렇게 되기에 수의사는 룰 아웃 방식을 선택합니다.

변검사를 해서 세균의 종류와 대략적인 수, 그리고 혈액의 유무와 변의 색, 냄새, 이물

, 기생충란 유무 등을 확인합니다.

여기에서 만약 기생충이 발견이 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임상증상에서 기생충성 질병이

아닌 것 같다면, 기생충성 질병을 룰아웃(rule out, 제외) 시킵니다.

그럼, 다시 설사의 원인을 알기위해 CBC 검사, 항원검사, 생화학 검사, 항체검사(IGG,

IGM 등), PCR 검사 등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검사를 합니다.

이렇게 설사를 유발하는 많은 질병 중 검사를 통해 하나하나 룰아웃시켜서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합니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수수께끼가 나갑니다.

다 검사를 했는데 진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는 있을까요?


정답 : 없습니다.

이글을 읽으시는 분이 의학적 지식이 있다면 당연히 '있습니다' 라고 할 것 입니다.

그러나 없습니다.

그럼 왜 없느냐?

검사로도 알 수 없는 경우는 진단명이 아니라 증상명을 적으니까요!

진단은 파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증 이라면, 증상명은 장염, 탈수, 식욕부진, 구토,

depression 이라고 적기 때문이지요.

위의 문제는 말그대로 수수께끼이기 때문입니다.


강아지는 말을 하지 못하기에 이런 룰아웃 방식을 선택해야 하며, 이런 방식을 선택하

기에 검사가 많아지고, 진단이 어렵습니다.

또한, 강아지는 의료보험이 되지 않으므로 비용이 더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수의사들의 딜레마입니다.

그렇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검사의 선행 이후, 정확한 진단 이후의 치료랍니다.

수수께끼를 풀때, 어떤 식의 답을 요구하는지 알아야(힌트를 얻어야) 답을 맞히기 쉬

운 것과 같은 이유에서 이지요.

즉, 대부분의 수의사님은 이런 일종의 수수께끼를 풀기위해 날마다 씨름을 하고 계신

것입니다.


강아지를 치료하다 보면 수수께끼같은 경우가 많습니다.

방사선 사진상으로는 파행(걸음걸이의 부전)이 나타나야 하는데, 멀쩡히 설매를 끄는

개가 있는 반면, 사진으로는 정상인데 다리만 만지면 아파하는 강아지도 있고,

집에서는 아파서 움직이지 않으려하다가도 병원에 오면 멀쩡하게 뛰어다니는 강아지도

있습니다.

다른 강아지를 새로 분양받아서 기르면, 기존에 있던 강아지가 이유없이 몸에 알레르기

가 일어난 경우고 있고,

주인이 침대에서 데리고 자지 않았다고 하루종일 구토를 하는 강아지도 있었고,

나무젓가락으로 발등을 톡 쳤는데 부러진 경우도 있었으며,

2.5kg 짜리 치와와가 7일이나 조산을 하고도 7마리 모두 건강하게 크는 경우도 있었

지요.


그중에.

멍이라는 시추 강아지가 있습니다.

이녀석은 나에게 많은 수수께끼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우선, 멍이의 혈통과 과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습니다.

-- 멍이는 고속도로에 버려졌었습니다. 그것을 지금의 주인이 구해내셔서 기르고 계신

것 입니다. 멍이는 시추라고 합니다. 그러나 얼굴 어딘가에서 보스턴 테리어의 냄새?

가 납니다. 정확히 순종이 아닌 것은 알겠지만, 정확히 어떤 종류가 섞였을지에 대해

서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의견을 내놓는 것으로 보아, 멍이는 천의 얼굴을 가진

연극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멍이는 교통사고로 11번째 갈비뼈의 골절과 11번째와 12번째 흉추의 부분골절, 천골의

골절, 장골의 골절, 관골구의 골절과 더불어 만성적인 안구건조증과 안구탈출, 각막궤

양, 양심의 비대(13 V 크기)소견이 있습니다.

이 정도 상태라면, 회복이 가능할까요?

의학지식이 없는 분이 얼핏 들어도 굉장히 심각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하지만,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

1. 갈비뼈의 골절 --> 부러지면서 교묘히도 폐에 상처를 내지 않았습니다.

간에 종대를 발생시켰지만, 큰 데미지는 주지 않았습니다.

2. 11번째와 12번째 흉추의 부분골절 --> 이부위는 심할경우 즉사할 수 도 있습니다.

또한, 심하지 않다고 해도 치유되면서 신경을 압박하므로 평생 뒷다리를 쓰지

못하거나 대소변을 가리지도 못하고 불구로 지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날라다니고 있습니다.

물론, 수술 후 1달 반 가까이 전혀 걷지를 않아서 나의 애간장을 태우긴 했었

지만...

3. 천골, 장골, 관골구의 골절 ---> 골반의 복합골절은 수술이 매우 어렵습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엉덩이 부분의 지방이 녹아내려서 상당기간

고생을 했습니다.

멍이만큼 오랜 시간(8시간)을 걸쳐서 수술한 케이스가 매우 드뭅니다.

4. 안구탈출 --> 안구가 탈출된 후 24시간이 지나면 교정이 된다고 해도 정상적인 시

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멍이는 만성 각막질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력 무지하게 좋습니다.

사시가 되지도 않았고, 먹을 것을 보면 바로 주인을 배반할 정도의 시력입

니다.

물론, 먹을 것을 보는 거리는 거짓말 살짝 보태서 100M 쯤 되는 것 같습니다.

5. 심장의 비대 --> 심장의 비대가 있게되면, 활동이 힘들어 집니다.

또한, 증상의 진행 단계가 높아질 수록 움직이면 기침을 하고, 잘 멎지 않는

발작적 기침을 하게 됩니다.

가민히 있게 되면 증상이 완화가 되지요.

이런 기침은 스스로 멎을 수 없는 것 입니다.

그런데, 멍이는 움동을 하면 기침을 안하고, 집에 가둬놓으면 주인이 올때

까지 기침을 합니다.

주인이 옆에 있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으면 관심 가질때 까지 기침을 합니

다.

그러나 먹을 것을 주면 멎어 버립니다.

수차례 체크를 해 보아도 의학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심장약을 먹어도 기침완화제를 투여해도 듣지 않습니다.

오로지 먹!울!것!!! 에서 기침이 멎습니다.


언젠가 한번은 멍이의 상태를 교수님께 설명드리고 검사 데이타를 보여 드렸습니다.

교수님의 답은.... '이건 수수께끼네' 였습니다.


멍이는 매우 착하고 얌전한 강아지 입니다.

주인의 품에서는 코를 골며 먹을것을 줄때까지는 절대 깨지않습니다.

옆에서 큰 소리를 내도, 때려도 반응이 없습니다.

그러나 앞 발가락을 물려고 하면 같이 뭅니다.

뒷 발가락을 물려고 해도 같이 뭅니다.

귀를 물면 가만 있습니다.

코를 물어도 가만 있습니다.

꼬리를 물어도 가만히 있습니다.

다시 앞발가락을 물려고 하면 같이 물려고 자세를 취합니다.

그러다 별일 없으면 다시 주인의 품에서 잠을 잡니다.

먹을 것을 줄때 까지는 말이죠.....!

한번은 멍이가, 주인의 차안에 떨어진 간식을 먹기위해 조수석 시트 밑으로 들어 갔

습니다.

물론, 흔히 있는 일이기에 주인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을 해서도 멍이는 그 자세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주인이 내려서 살펴보니 시트 밑에 끼어서 전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

었던 것 입니다.

멍이는 호흡도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불굴의 의지만으로 혓바락을 낼름거리며 비

스켓을 먹으려 하고 있었답니다.

멍이의 주인은 인간적으로 참으로 좋은 분입니다.

(참고로 모대학 음대교수님 이십니다. 멍이와 음악하고는 왠지 언밸런스 하지만요)

그래서 그런지 장난으로 멍이의 앞발을 무실때 박자를 맞추십니다.

본인은 아마 그것을 모르고 계신듯 합니다.

주인은 멍이가 분명 외계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이 맨인블랙이라는 영화에 너무 심취한 것 같습니다)

몸집에 비해 큰 턱 어딘가를 누르면 변신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열심히 변신 버튼을 찾아서 턱을 만집니다.

그래도 가만히 있습니다.

혹시 버튼이 배꼽부위에 숨겨져 있을 것 같아 열심히 찾아서 누릅니다.

멍이는 여전히 반응이 없습니다.

옆구리도 만져보고, 겨드랑이 안쪽을 간지럽혀도 멍이는 변신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때 그 모습을 한참 지켜보던 내가 '멍이야 간식 줄께!' 하면 바로 일어나서 자세를

취합니다.

멍이는 정말 수수께끼 입니다.

이제 정답을 아실수 있으실 것 같네요.

'버튼을 눌러도 변신하지 않는, 다쳐도 다치지 않는 외계인은?'

'멍이' 라구요


멍이가 심장약을 받기 위해 열흘에 한번 병원에 다녀갑니다.

멍이는 그때마다 원장실에 들어 한번 인사하고, 수술실에 들러 기구들 잘 있나 살펴

보고, 진료실에 들어 장비에 먼지 묻지 않았나 둘러 보고, 미용실에 들어 누가 미용하

나 쳐다보고, 호텔실에 들러 푼순이와 인사하고, 일반 입원실에 들러 아픈 강아지 사연

다 들어주고, 전염병실에 들러 문밖에서 기웃거리고 나서야 최종목적인, 간식 어디 떨

어지지 않았나 살펴 봅니다.

사실, 일반입원실과 호텔실 앞에서는 입원한 강아지들이 먹다 남기 처방식을 먹기위해

혀를 낼름거리는 것이긴 하지만요.......

오늘도 멍이가 약을 받으로 왔습니다.

우리 병원의 수수께끼인 멍이는 나를 보자마자 기침을 합니다.

그러면 의례 우리 아가씨가 간식을 주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되는 루트를 멍이는 이미 파악하고 있는 듯 합니다)

행복한 표정으로 간식을 먹고 있는 멍이 앞에서 우리 아가씨는 주인과 같이 멍이에 대한

네버엔딩 스토리를 시작합니다.

"얘는 정말 특이해, 어쩜 먹을 거 주면 바로 멈추니? 한참 안주니까 또 기침하네?

멍이 언니, 얘 정말 미스테리야!"

"그렇죠?. 얘는 외계인이라니까요!"

네버엔딩 스토리는 간식의 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답니다.


카오스 캐비어 권영항 나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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