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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태수] 어느 수의사의 일기 64편 - 순자이야기
작성자 권영항 조회 4,341
등록일 02-09-17 16:58
내용 64. 순자 이야기

나는 '순자' 입니다.

알라스칸 맬러뮤트라고 불리지요.

나이는 2년에 접어 들었으며, 15마리의 엄마랍니다.

지금 아가들은 나의 주인에 의해 분양되었지만, 난 믿습니다.

좋은 주인을 만났거든요.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우리같은 동물은 재해가 발생하기전에 어떤 느낌을 받습니다.

그날은 비가 매우 많이 왔습니다.

흔히 집중호우라고도 하고, 폭우라고도 하지만 이 날은 다른 느낌이 있었습니다.

우리 주인이 운영하는 견사에 좋지 못한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계속 있었지요.

이 날 밤 늦게 저는 주인에게 이런 느낌을 알리려 했습니다.

주인이 살고 있는 컨테이너 밖에서 계속 주인을 향해 짖어 대었습니다.

비는 더욱 세차게 내리치고, 견사가 위치한 산은 고통스레 버티는 듯 했습니다.

사람들이 얘기하는 새벽 1시쯤, 저의 말을 알아 듣지 못한 주인은 '순자, 너 계속 짖

을래? 오늘 왜이렇게 시끄러워?' 하면서 혼을 내더군요.

주인이 나올때 저는 더욱 심하게 평상시에 하지 않는 행동을 했답니다.

그러나 주인들은 졸린 탓인지, 제 행동을 이해 하지 못했답니다.

그도 그럴것이, 요사이 주인은 대형견을 위해 쇼핑몰을 하기 위해 맨날 밤새다 시피

작업을 하고 있었거든요.

다른때 같았으면, 저의 말을 알아 들었을 것 입니다.


안절부절하는 저의 심정을 끝내 파악하지 못한 주인은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결국, 새벽 5시 쯤, 일이 발생하고야 말았습니다.


주인이 자고 있는 컨테이너 밑의 땅이 파여지기 시작했습니다.

옆동의 컨테이너도 마찬가지로 수평을 잃어갔으며, 내 친구들과 아가들이 사는 집(철장)

은 휘기 시작했습니다.

산에서 뻗은 개천에 물이 넘쳐 우리 집쪽으로 흐르기 시작했거든요.

처음은 내 발이 젖을 정도 였지만, 점점 더 거세어지면서, 결국 산을 무너뜨리고

나무를 부러뜨렸습니다.


'꽝'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나는 산에서 떠내려온 나무가 컨테이너에 부딪히는 것을 봤습니다.

주인을 향해 더욱 맹렬히 소리를 질렀습니다.

주인은 소음에 일어난 것이인지 굉음에 일어난 것인지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그제

서야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눈 앞에 벌어진 상황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여자주인은 충격을 받은 듯 가만히 비를 맞고 서 있었고, 남자 주인은 사태를 파악한

듯이 정신없이 저와 저희 친구들, 아기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습니다.

저는 그때 보았습니다.

컨테이너 두 동의 밑바닥은 90도 정도 파여지고, 견사의 철장은 떠내려 가기 시작했

으며, 쇼핑몰을 위해 준비한 용품과 사료는 비에 젖으며 물 속으로 파묻히는 것을요.

제가 돕고 싶었지만, 주인은 저의 안전을 생각해서 놓아주지를 않았답니다.


아침이 되었습니다.

비는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눈물같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주인들은 불행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듯 하다 체념하는 듯,

눈에서는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빗물을 떨구기 시작했지요.

여자 주인의 훌쩍임은 이제 들릴 정도가 되었지요.


그날, 견사에서 한참 떨어진 마을도 비 피해를 많이 입은 모양이었습니다.

오후가 되자 얼룩덜룩한 옷(군복)을 입은 많은 사람들이 삽자루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저마다 어떤 사람의 명령하에 이곳 저곳의 흙을 파헤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집에와서 일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때, 주인이 마을 이장쯤 되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두분이 말을 하는 데 주인의 표정은 점점 어두어져만 갔지요.

저희 집은 마을에서 많이 떨어져 있기에 군에서 지원하는 복구를 해줄수 없다라는

말임을 저는 나중에 알았습니다.

주인은 마을 이장이 떠나자 더 심하게 설움이 복받치는 듯 했습니다.


상황을 잘 모르는 저의 아가들과 친구들은 아침부터 굶은 탓인지, 주인에게 밥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철이 들지 않았으니.....그리고 아가들도 있으니...

이때 마침, 저희 주인이 저를 잠깐 풀러 주었습니다.

아마, 제가 하도 짖어대니까 갑갑해서 그러는 줄 알었던 모양입니다.


주인의 상심한 모습에 저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가들이 우는 모습에서도요.

그래서 일단 먹을 것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얘기하는 시간으로 한 2시간쯤 여기저기 훑었을까요?

우리집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우리집에서 먹는 사료의 냄새가 났습니다.

저는 그곳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제 키만큼 팠을때, 남자 주인이 제가 이상한 행동을 해서 인지 제 곁으로 왔습니다.

"여보, 순자가 사료 찾았어!, 비닐에 싼채 묻혀서 젖지도 않았는데?"

"어디요? 어디? 어? 용품도 그대로 있네.."

주인들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당분간 우리들 줄 사료는 있다고 했습니다.

아가들과 친구들의 밥을 담고 있는 동안 나는 마을로 내려 갔습니다.


마을에서는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열심히 땅을 파고 부러진 나무를 옮기고 있었습니다.

한 10여분쯤 상태를 보고 있으니, 우리 집도 도와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사람이 잠시 삽자루를 바닥에 놓고 땀을 닦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사람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저의 모습에 놀라 그사람은 뒷걸음질을 쳤지요.

평상시에 늑대개로 불리는 나였기에, 더구나 비에 젖고 흙이 묻은 상태이기에 겁이

낫었나 봅니다.

실제는 참 사람을 좋아하는 데 말입니다.


저는 삽자루 손잡이를 물었습니다.

그리고는 집으로 끌고 가려고 했지요.

그순간, 그 근처의 모든 사람들이 저를 보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지요.

삽자루를 끌다가 우리집을 향해 짖고, 다시 조금 옮기고 우리집을 향해 짖고를 반복했

습니다.

얼마간 같은 행동을 하자, 그중에 우두머리인듯한 사람이 손가락을 여러사람을 지칭

하며 " 너, 너, 너, 너!. 이렇게 열명 저 개 따라가봐!!!" 라고 했습니다.

그 사람들이 손에 공구를 들자 저는 우리 집으로 안내했습니다.

가끔, 잘 따라오는지 뒤돌아 확인하면서요.


집에 도착했습니다.

주인 저를 보자마자 가볍게 혼을 내었습니다.

아마, 제가 집을 나간줄 알았나봅니다.

수해까지 입었는데 아끼는 강아지마저 집을 나갔다고 매우 속상해 했었답니다.

그다음 저를 쫒아온 군인들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 해졌습니다.

복구지원이 원래 안되는 것이 었는데 사람들이 도와주러 와서 의외였나봅니다.

어찌되었든 같이온 군인 아저씨들은 땅을 메꾸고 물길을 바꾸고, 사료를 찾아주었습

니다.

그러나, 컨테이너는 아저씨들도 어쩌지 못했습니다.

밑의 땅이 너무 많이 파인데다 바로 세우기는 사람의 힘으로 힘이 들었나 봅니다.


저는 다시 집을 나섰습니다.

아까 집으로 올때, 커다란 한손이 달리 기계가 물길을 바꾸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

입니다.

사람들은 포크레인라고 하더군요.

이거면 아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커다란 쇠로 된 손이 땅을 한 웅큼 집었다고 물이 새는 개천 옆을 메우고 있었습니다.

몇번하자 금방 물이 새는 것이 멈추더군요.

하지만, 이 기계에 타고 있는 사람은 저를 보아주지 않았습니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지요.

할수 없이 저는 비상책을 내놓았습니다.

마치 고양이가 공격자세를 취하듯이 납작 업드려서 꼬리를 세웠다가,

주인이 제일 좋아하는 애교자세도 취해 보았다가,

미친 듯이 짖기도 했었다가 말입니다.

그제서야 그 사람은 저에게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때다 싶어 저는 저희 집을 향해 큰소리 짖어댔습니다.

또 땅을 파는 시늉도 했지요.

이 사람은 저의 의도를 몰라 저를 물끄러미 바라 보았습니다.

마치 미친개가 아닌가 하는 그런 표정이었지요.

참 답답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그사람의 눈에 갈등의 빛이 잠시 어렸다가 사라졌습니다.

그리곤 쇠로된 큰 손을 제 쪽으로 들이 밀었습니다.

저는 이때다 싶어 그 손에 훌쩍 올라탔습니다.

그리고 다시 우리집을 향해 큰소리로 짖었지요.


이 아저씨는 그렇게 우리집을 향해 운전을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주인이 하는 말을 들으니 이 아저씨는 제가 정말 미친줄 알았답니다.

그러나 곧 예전의 저의 선조들이 주인을 지켰던 일이 생각나 제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왔다고 합니다.


멀리서 주인이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또 제가 가출했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저는 주인에게 대답을 하며, 안내를 계속 했습니다.

이 커다란 쇠로된 기계는 땅을 진동시키며 저희 집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는 컨테이너를 들어서 옮기고 땅을 메꾸는 일을 도와주었습니다.


군인 아저씨들과 기계의 아저씨가 잠시 쉬는 시간이 되자, 저의 주인에게 다가가

저를 가리키며 무슨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저희 여자 주인이 제가 다가와 울면서 절을 세번이나 하더군요.

그러고는 울면서 정말 고맙다고 저를 쓰다듬어 주더군요.

전 영문을 몰랐습니다.

단지 주인을 위해 할일을 한 것 뿐인데 말이죠!


다시 주인이 제게 말을 했습니다.

여전히 울면서 말입니다.

" 너는 사람도 못하는 일을 하는 구나. 정말 고맙다 순자야 "

저는 주인이 슬퍼하는 것이 싫습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 주인이고, 주인 역시 가장 사랑하는 개가 바로 저, 순자

이니까요!!!

그래서 더이상 울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주인을 사랑합니다.

가끔, 우리집이 아닌 다른 강아지들이 파보나 홍역으로 생사를 헤메고 있을때,

저를 헌혈시킵니다.

아무런 댓가없이요.

그러면 병원에서는 저를 아끼는 선생님이 저의 피로 혈청만을 추출하여 치료를 합니다.


헌혈은 제가 그냥 하고 싶어도 주인이 없다면 스스로 할수는 없지요.

이런 주인이기에 저는 존경합니다.

저로 인해 다른 강아지들이 살아주는 것이 저는 행복합니다.

그리고, 저로 인해 주인의 얼굴에 웃음이 이는 것이 행복합니다.


이 사실이 제가 다니는 병원 원장님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소개되자, 사람들이 얘기하

는 돈이라는 가치가 엄청 올라갔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원장님이나 주인은 저를 돈이라는 한정적인, 별로 필요없는 가치로 매기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주인곁에서 언제나 사랑받으며 삶을 마감하는 것이 꿈이랍니다.

위의 글은 실제 있었던 내용입니다.

저희 병원에 다니는 이튼캔넬의 순자라는 맬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면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순자의 순수한 마음이 왜곡될까봐 하는 심정

에서입니다.

글솜씨의 부족으로 혹여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왜곡되지나 않았나 심히 우려됩니다.

수해를 입으신 모든 분께, 용기를 가지고 힘을 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세상은 아직 어두운 것 만은 아닐 겁니다.


그럼, 강아지를 입마개 해서 공원 출입을 허가한다는 서울시의 방침에 걱정을 표명하

며.........


카오스 캐비어 권영항 나태수

도 장 ' 꽝 '


PS : 글씨기가 힘들어 여기저기 핑계를 만드는 동안 월간 강아지의 김명희 기자님이

힘드셨을 것 입니다.

누가 되었을 것 같아 양해의 말씀을 전합니다.

[나태수] 어느 수의사의 일기 65편 -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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