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 공지사항
  • 언론보도
  • 칼럼 캐비어 생각
  • 어느 수의사 일기
  • 치료/검사사례
  • 진료후기
  • 캐비어 포토
  • 온라인 상담

Home > 커뮤니티 > 어느 수의사의 일기

제목 [나태수] 어느 수의사의 일기 61편 - 힘내라 코코!!!
작성자 권영항 조회 4,432
등록일 02-07-13 12:53
내용 61. 힘내라 코코!!!


병원의 확장공사가 시작됐다.

그전까지의 작은 공간에서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벼르고 벼르던 일이었

다.

주위의 넘들께서는 머니를 많이 벌어서 그런일이 가능하다고 얘기하지만, 아

는 사람만 안다.

특히, 우리 상어 아가씨는 확실히 안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다, 이글을 쓰고 있는 나를 본 우리 아가씨, '자꾸 상어

라고 쓸거야' 하며, 눈을 부라리고 내목을 조른다. 그러나 불굴의 의지로 똘똘

뭉친 나. 수많은 핍박과 억압에도 꿋꿋이 사용하고 있다 - 곧 수의사 아내의

일기를 쓸 예정이며 거기에다 나의 비리를 낱낱이 고발하겠다고 벼른다)


빚을 내기란 매우 어렵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굽신 굽신은 둘째치고, 갖은 서류를 준비해야 한

다.

더구나 가장 어려운 점은 보증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증인이라.... 쩝...


보증보험으로 안되냐고 물으면 그들은 아주 간단히 알려 준다.

'안됩니다. 재산세를 얼마이상 납부하시는 분만이 가능합니다.'

그럼 다시 묻는다.

'신용으로는 안될까요?'

'권영항님의 신용은 저번의 의료기계에 대한 리스대출로 매우 낮아져 있습니

다. 신용으로는 200만원도 힘들것 같군요.'


난, 자수성가(이런 단어를 벌써 사용해도 되는지 모르겠다)했다.

우리 집은 아주 어려운 경제사정을 가지고 있었다.

보증금 몇백에 월세 25만원짜리의 몇평의 집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현재는 비록 크지 않은 집이지만, 우리 아가씨와 부모님 모두 큰 어

려움 없이 생활할 정도의 전세집은 가지고 있다.

작은 행복에 만족할 줄 아니, 이정도면 자수성가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그렇게

실례하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내가 맨처음 병원을 개원했을 때의 비용은 거의 다가 빚으로 시작한 것이고

일부의 자금은 그동안 다른 곳의 관리 수의사로 있으면서 모았던 월급이다.

물론, 운영자금 조로 부모님께 200만원을 지원 받았었다.

그당시 부모님께 그돈을 받으면서 매우 기뻐했어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이

돈이 어디에서 났는지 궁금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당신께서 갑자기 돌아가실때를 대비한 그런 자금이었다.

받고 나서 많이 후회스러웠고, 개원 후 운영이 정상적으로 되면 바로 갚아

드리고 싶었던 가장 큰 일이었다.

그런데 그게.....


나는 의료기구에 대한 욕심이 많다.

예전의 쓴 글중에서 혈액, 생화학 분석기를 읽어 보신분은 아시겠지만, 장비

하나를 구입하기 위해 무수히 고생을 한다.

강아지는 말을 못한다.

따라서 질병을 조기에 체크하여 완치시키기 위해서는 검사장비는 많을 수록

좋다고 본다.

물론, 실력과 경험은 필수이고....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본 아이처럼, 이것을 사면 저것을 가지고 싶고, 저것을

사면 또 딴것을 가지고 싶고...

이럴때 마다 딜레마에 봉착하게 된다.

이 돈이면 우리아가씨 그렇게 갖고 싶어하는 토끼털 코트 사고, 이 돈이면

부모님께 빌린 돈을 갚고, 이 돈이면 병원을 크게 확장할 수 있을 것 같고.

이 돈이면 은행빚 갚고, 이 돈이면.... 등등.

일단, 사기로 마음먹으면 불법?과 탈법?을 동원했다.

신용카드의 사용한도액이 넘게되니, 카드 몇개를 분할하여 사용하는 불법을,

사채업자의 돈을 빌리는 탈법을, 말이다.


이야기가 다른 곳을 새는데,

각설하고,

어찌되었던, 그때마다 은행과 보험사, 깍뚜기 아저씨들?과 대면하게 되었다.

위의 세군데 중 가장 까다로운 것이 은행이다.

가장 호탕한 것은 깍뚜기 아저씨들이고......

(이 아자씨들과 어긋나면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니, 이글을 읽는 독자분들께서

는 절대 거래하지 마시라!!)

높은 은행문턱과 꺽기관행(대출조건으로 적금을 강요하는 것)으로 가장 떨떠

름하면서도 싫었던 것이 은행이지만, 어쩔 수 없이 서민으로 찾을 만한데는

이 곳 뿐이었다.

특히, 갈때마다 약간 내리 깐 눈으로 턱을 치켜들고 뻣뻣하게 굴던 대출계의

담당자분에 대한 원한?은 가슴깊이 영롱한 빛을 뿜으며 아로새겨져 있었다.

(혹, 은행에 다니시는 분이 있으면 오해 마시라. 요새는 많이 친절해 졌다.

내 야그는 벌써 오래전의 심정이니까. 하지만, 꺽기는 제발 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지금은 자신의 고가에 관련된다면서 들기를 종용하더구먼.)


지금도 나는 입원한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간다.

전염성 질병이 의심되는 강아지도 있고, 골절 수술이나 슬개골 탈구 수술,

혹은 그밖의 다른 문제나 호텔로 내원한 강아지들도 퇴근시간이면 어김없이

집에 데리고 갔다.

그러다 문제가 생겼다.

임신중이던 우리 코코(갈색 푸들, 특징:눈치쟁이 임)와 하나(요크셔, 특징:숏

다리 임), 케리(코코 새끼, 특징:무지 철없음)가 홍역으로 의심되는 질병에 감

염 되었다.

입원을 받았던 강아지가 홍역에 감염 되었었는데, 우리 집안에서의 격리가

완전하지 못했었었나 보다.

다행히도 우리집 강아지들은 정기적으로 여러가지 검사(조금 많이 찔림, 비정

기적으로)와 백신(추가접종은 확실히 정기적으로 했음)을 하였기에 어렵지않

게 이겨낼수 있었지만, 그때의 가슴철렁함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로부터 6개월 동안 구상을 한 끝에 병원을 확장하기로 했다.

완전 격리시설인 전염병실과 일반 입원실, 호텔실을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비

용이 요구되었다.


얼마전에 최신기기로 업데이트한 혈액, 생화학 분석기 탓에 매우 무리스러웠

지만, 우리 강아지의 보호와 원내 감염을 최소화하기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에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더군다나 다시 은행을 찾아야 하는 것이 어려운 사항이었다.


결국, 나와 우리 아가씨는 여러가지 방편을 이용하여 비용을 마련했다.

우선, 몇개월 동안 은행에 날마다 가서 입금과 출금을 반복했다.

(은행의 거래 실적을 조작하기 위한 것이다. 은행은 월말의 금액이 얼마던

간에 거래실적이 많으면 대출이 쉽다)

또한, 이사를 하면서 전세금을 은행에 최대한 오래 보관하고, 인터넷 쇼핑몰

의 입금을 한 은행에 몰아주기 등의 방법을 사용했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부탁하여 내 통장으로 입출금을 부탁하기도 했으며, 마침

KBS TV에 몇번 진료장면이 방영되어 은행직원 중 높은 직급의 몇 분이 나를

알아본 것도 도움이 되었다.

깍뚜기 아저씨들과 거래 했던 경험도 보탬이 되어, 이번은 대출 신청작전은

철저히 사전 모의 되었고, 완벽한 시나리오 였다.

그리하여......


대출 신청을 하기 위해 은행을 찾던 날, 난 매우 거만틱해보이고 쩐이 좀 있

어 보이게 행동하기 위해 정장을 하고, 대출 담당자를 만났다.

주위에서 알려준 야그대로.

평상시에 조금스럽게, 조그맣게, 부드럽게 야그하던 방식을 떠나, 우선, 대출

담당자 앞에서 얼굴을 익혀둔 과장부터 찾았다.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조금은 튕겨가며 대출을 신청하자, 과장은 의

외로 쉽게 수락하며 담당 직원에게 가능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담당 직원은 내가 신청한 금액이 내 신용에 비해 많은 금액이라 난감해 하면

서 시간을 요구했고, 나는 일부러 불쾌한 내색을 하며 청을 들어 주었다.

담당 직원이 컴퓨터 앞에서 나에 대한 정보를 두드리는 동안, 그 시간이 얼마

나 길게 느껴지고 식은 땀이 흘렀는지 모른다.

혹시, 그 동안의 작전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아닌지, 허세를 떨고 있는 내 모

습은 어찌나 초라하게 느껴지는지......


시간은 흘렀고 한참뒤 담당 직원은 원래 안되지만 해 드리겠다는 식의 언질을

하였다.

속으로는 뛸 듯이 기뻤지만, 결코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은채 은행문을 나서느

라 또 얼마나 많은 땀이 흘렀는지는 아는 사람만 안다.


지금 우리 아가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이것 하는데도 대출, 저것 하는데도 대출, 게다가 난 약간은 고지식하고, 아직

도 약간은 순진하며, 철없이 장비수집을 하니까...

하긴 나도 가끔 나 자신을 보면 교수나 작가가 되는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

다고 생각을 하니까...


확장 공사가 마무리 될 무렵, 코코라는 아메리칸 코카 스파니엘이 병원을 찾

았다.

(물론, 코코 스스로 찾은 것은 아니고, 주인이 데리고 왔다)

몇 시간전에 출산의 문제로 전화상담을 했었던 모견이다.

(역시 물론, 코코 스스로 상담을 한 것이 아니고 주인이 상담을 했다)

진료대 위에서 간단한 검사를 위해 살펴 보고 있는데 이쁜 아기 강아지가

태막을 둘러싸고 머리를 내민것이 보였다.

설명을 들어보니 얼마전 다른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통해 세마리 이상 임신

을 했다는 것이다.

(또 역시 물론, 코코가 설명을 한 것이 아니고 주인이 설명을 해 주었다)


출산중이어서 별다른 검사 없이 바로 유도 분만을 시작했다.

'세마리 이상이었다고 하니 많아야 네마리 정도 겠지'

손으로 마리수를 확인하려 했으나, 코코가 워낙 움직이는 바람에 실패하고

태아를 손으로 받아내었다.

첫번째 태아는 병원으로 오기전 집에서 죽었다고 하고, 지금 한마리 나왔으

니까 앞으로 많아야 두마리만 더 유도하면 되겠구나 생각을 하며 많은 장비

를 꺼내어 놓지 않았다.


코코는 산모에게 보이는 극심한 진통이 없었다.

새끼를 매단채 뛰어다니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하며, 자궁 수축을 하지도 않

았다.

별다른 수가 없어서, 두번째 새끼가 태어난 후 30분 뒤에 분만 유도제를 주사

하였으나 코코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바로 제왕절개를 시도할 수 도 있었지만, 두마리만 더 유도하면 되고, 수술

을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선호하지 않기에 그대로 두고 보기로 했다.

여러가지 분만 유도 장비와 손의 기술로 한마리를 출산 시켰다.

그리고 나서 손을 코코의 배를 확인하니 또 두마리가 만져 졌다.

'아 코코가 전부 다섯마리를 가졌었구나'

나는 다시 한시간 가량이 지난 후에 네번째 새끼에게 세상의 빛을 보게 해

주었다.

그리고 또 손으로 코코를 촉진하여 보니, 또 두마리가 만져지는 것이 아닌가?

'헉, 코코는 여섯마리를....'


유도분만은 제왕절개에 비해 많은 힘과 시간이 소요된다.

대부분의 의사(사람의사)님들이 제왕절개를 선호하는 이유를 나는 안다.


난, 모견을 위해 두번 더 고생하기로 했다.

다시 거의 한시간이 지날때쯤, 다섯번째의 새끼가 출산을 하였다.

"이제 한마리 남았습니다. 조금만 더 고생을 하죠"

나는 주인을 안심시키며, 코코의 배에다 손을 얹고 다시 촉진을 시작했다.

그랬더니 왠걸?

또 두마리가 만져지는 것이 아닌가?

'흐헉, 그럼 일곱마리....'

아아, 한라산 넘으니 백두산 나오고, 백두산 넘으니 에베레스트 나오는 기분

이었다.

코코와 씨름하느라 내 손은 마비가 오고, 온 몸은 땀으로 젖었으며, 기운은

소진 되었는데, 또!

몇번을 확인하였으나 숫자는 마찬가지.

마치 기관총에 탄창을 갈아끼우는 듯 했다.

한방 쏘면, 한방 올라오고, 또 한방 쏘면 또 한방 올라오고.


땀을 닦으며 여섯번째 새끼의 유도를 다시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여섯번째의 태아는 매우 커서 머리가 골반의 입구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이

었다.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냥 마구잡이로 꺼낼 경우 골반을 지나가는 신경이 손상되면 모견은 뒷다리

를 쓸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태아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결국, 유도분만 다섯시간만에 제왕절개 시술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수술 후,

어미와 새끼가 모두 건강한 것을 확인하고,

인큐베이터 안에서 앙달대고 울고 있는 새끼를 보는 순간,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를 발견했다.

나중에 태어난 아가들 순으로 크기가 큰 것이다.

마치 도레미파솔라시도 처럼.

(주인에게 도레미송을 들려 주고 싶었다)


주인은 오랫동안 고생한 코코가 안쓰러운지 차라리 처음부터 수술을 해달라

고 할 걸 하는 말을 되뇌었다.

나도 차라리 첨 부터 수술 했으면 편했을 텐데.....

유도분만 시도는 정말 코코를 위한 행동이었음을 누가 알아줄건가.

(에고 에고 섭섭해라)


그날, 새벽 6시 무렵 집에 도착했다.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우리집에서 기르는 코코가 이상한 행동을 취하고 있음

을 알지 못했던 것은 나의 불찰이다.

병원의 수석 수의사를 믿고 출근 시간을 어겨가며 깊은 잠에 빠져 있을때,

이상한 울음이 들렸다.

환청이라고 억지로 생각하며, 다시 잠을 청하던 나는 눈이 번쩍 뜨였다.

우리집의 코코의 예정일도 오늘 아니던가?

부랴부랴 렌즈를 끼고 코코를 찾아보니, 구석의 동굴방석에서 새끼들의 울음

이 들렸다.

우리 코코도 새끼를 낳고 있었다.

모두 네마리.

그중에 한 마리는 양막을 일찍 벗겨 주지 못한 탓에 세상에 태어나 울음한번

하지 못한채 다시 영원으로 여행을 떠났고, 나머지 세마리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빽빽 소리를 하며 어미 젖을 빨고 있었다.

내 탓이다.

내가 살펴 주었으면.......


코코는 입원한 환축으로 인해 질병에 감염되기도 하였으나 임신을 하였기에

변변한 치료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었는데.

코코에게 미안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병원의 아픈 강아지들에게 신경쓰느라 우리집 강아지들

은 소홀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내일 부터는 코코에게 맛있는 간식을 듬뿍 듬뿍 주리라!!

코코야 힘내라!

아빠가 사랑하는 것 알지?


카오스 캐비어 권영항 나태수

도 장 ' 꽝 '

PS : 코카 스파니엘 코코와 우리 코코는 같은날 출산을 했다.

우리 아가씨와 나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코코라는 이름을 가진 강아지는 같은날 출산을 한다.'

코카 스파니엘 코코와 우리 코코는 첫째아기를 잃었다.

우리 아가씨와 나는 이 둘의 명복을 빌며 같은 결론을 내렸다.

'코코라는 이름을 가진 강아지는 첫째 아기를 조심해야 한다'


한가지 더!

대출을 받기 위해 다른 은행에서 거래하던 것을 한 은행으로 몰면서

거래를 중지하기 위해 몇 군데의 은행을 들렀다.

시간의 여유가 있길래 그 중의 한 곳에서 대출에 대한 상담을 했다.

또 다른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거기서 알게된 사실.

굳이 내가 위에서 언급한 작전?을 쓰지 않았어도 원한만큼의 대출은 가

능했었다는 것이다.

허걱!

그러면.... 양복입고, 폼 잡고, 있는 척하고, 사전에 준비했었던 공작

들은???


또 한가지!

이번의 대출에서는 장비를 구입하고 부모님의 돈을 갚을 예정이다.

제발 나를 반하게 만드는 또 다른 장비가 눈에 띄이지 않아야 할 텐

데...

그리고, 우리 아가씨의 수의사 아내의 일기는 절대 쓰지 못하도록 날

마다 안마 서비스를 시작해야 겠다.

가끔 아침에 세수 안하고 출근하는 야그는 공개하면 안되니까!

만약 나의 계획에도 불구하고 글을 쓴다면 제목과 필명은 지어서 선물

해야 할 것 같다.

'[상어]어느 수의사 아내의 일기' 로.....



[나태수] 어느 수의사의 일기 62편 - 잔인한 4월
[나태수] 어느 수의사의 일기 60 편 - 버릇

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