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 공지사항
  • 언론보도
  • 칼럼 캐비어 생각
  • 어느 수의사 일기
  • 치료/검사사례
  • 진료후기
  • 캐비어 포토
  • 온라인 상담

Home > 커뮤니티 > 어느 수의사의 일기

제목 [나태수] 어느 수의사의 일기 60 편 - 버릇
작성자 권영항 조회 3,541
등록일 02-07-13 12:52
내용 60. 버릇

버릇이란게 참 무섭다.

우리 아가씨와 나는 어딜 가서든 십분 간격으로 욕실 문 쪽을 쳐다본다.

그것도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섬찟한 정도의 강도를 가지고 찌릿찌릿 쳐

다본다.

욕실이 보이지 않는 식당이면, 왠지 불안해 지는 마음이 생겨 후다닥 식사를

마치기도 한다.

간혹, 아무생각 없이 버릇으로 무서운 눈을 만들어서 고개를 돌리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흠칫 놀라 체할때도 있다.


버릇이란게 참 무섭다.

우리 아가씨와 나는 어디서 자든 아침에 일어날때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다.

고개를 들때 좌우로 움직이지 않는다.

아주 꼿꼿이 똑바로 든다.

손 역시 되도록이면 딛지 않고, 마치 강시가 일어나듯, 드라큐라가 관속에서

나오듯 일어난다.

우리와 같이 잠을 잤던 사람은 아침마다 매우 놀라서 다시는 같이 놀러 가지

않으려 한다.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이다.

사람에게 나쁜 작용만이 있는 술을 혼자 다 마셔서 없애버리려던 선배가 있었

다.

나 역시 그 선배의 뜻에 감동(?)을 받아서 그 분의 뜻에 자율적으로 억지로 동

참 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 선배와 나는 항상 모자란 술값을 감당하지 못해 외상을 그었

고, 술집 주인들께서는 외상 값을 최대한 빨리 받아내기 위해, 크레디트 카드

를 요구했다.


학생들에게도 카드를 발급하는 회사가 있냐고?

모르시는 말쌈!

분명히 있다.

삼송이나 엘쥐, 내환카드, 마스털 카드 등등이 아니더라도 학생이면 누구나,

무조건, 100% 발급 받는 카드가 있다.

학생카드(학생증)다!


하지만 카드도 신용 불량 거래자가 있듯이, 우덜(우리들의 충청도 사투리)의

카드는 학교앞 압구궁동에서는 통용이 중지 되었다.

그러나 한박스의 소주를 들고는 못가도 마시고는 가는 우덜의 영웅, 주모선배

(이름을 절대 밝힐 수 없다. 다만 성씨의 주는 술 주, 자라는 낭설이 있다.)에게

는, 외상금지 = 사형선고 였다.

주유소(술 주, 있을 유, 곳 소, 즉 술집)에 가고는 싶고 돈은 없고 카드(?)의 사

용도 안되는 삼중고에서도 주모선배는 그만의 법정관리를 신청하였다.


술을 먹고 카드(?)를 안 받으면 전공 교과서를 맡기는 것이다.

주유소의 주인들이야 반신반의를 하지만 전공 교과서가 없으면 수업을 못하

니 속는 셈치고 받아 주었다.


하지만....

역시 이것은 그들만의 착각이었다.

우덜의 전설, 주모 선배를 과소 평가한 오판이었다.

주모선배는 전공서적을 베고 자기는 해도, 들고 다니며 수업을 받지는 않았다.

그럼 수업시간과 시험때는 어떻게 하냐고 의문을 품으실 분들을 위해 비리를

밝힌다.

간단하다.

주모선배는 책은 맡겨놓고 우덜이 만든 써머리를 복사해서 공부했다.


우찌 됐든 이 양반의 버릇은 술 먹고 외상하기란 사실이다.


우리집에는 엽기적인 놈이 하나 있다.

그놈의 이름은 하나다!

여러마리의 엽기견 중의 하나가 하나이며, 나머지 강아지들도 하나(? 어떤 하

나 일까요. 강아지 이름의 하나일까요. 하나 둘 할 때 하나 일까요)같이 테러분

자다.

하나가 엽기적인 강아지이기는 하나, 희한한 버릇이 하나있다.


바로, 응아 물어다 놓기와 화장실 눈치 보기다!

전에 하나의 엽기 테러 행각에 대한 고발서를 발송하기로 했던 약속을 이제야

지킨다.


1. 하나는 삐돌이다.

툭하면 삐진다.

하나말고 딴 강아지를 먼저 이쁘다고 하거나, 닭고기 간식을 지 먼저 안주면

삐진다.

삐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음날 우덜의 이부자리에, 그것도 베게 바로 옆에,

더군다나 가장 냄새나는 지 변을, 살포시 물어다 놓고는 지는 우리 발 근처에

잔다.

그것도 물기 적당한 크기의 응아를, 아주 살짝 몇개의 이빨만을 사용하여 사뿐

히 즈려 놓고는, 자기랑은 전혀 관계 없다는 듯이.....

간혹 울 아가씨와 나는 응아 지뢰의 매설에 종종 당하곤 한다.

그런 날이 어떤 날인가 하면, 유난히 머리에 향수 짙게 바른 날이 그러하다.

(얼굴이 영 찜찜해서 꼭 향수를 떡을 치고 출근한다)

한번은 자다가 이상한 낌새애 눈을 반쯤 떳는데 응아를 물고 침대로 올라오려

고 하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의 번쩍한 눈빛에 깜짝 놀라 도망갈 줄 알았는데 하나는 슬며시 머리를 돌

려 나에게 뒤통수를 보이게 해서 물고 있던 응아를 감추더니 뒷걸음질로 침대

에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나의 법보다 가까운 주먹에 얻어 맞고 서야 응아를 바닥에 내팽겨 친 후

에 도망을 갔다.

하나의 테러에 익숙해 지자 우리는 아침만 되면 한번씩 눈을 번쩍 번쩍 뜬다.

비록 비몽사몽 간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항상 꼿꼿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강시처럼 말이다.


2. 하나는 숏다리에 롱허리 빅대가리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분명 요크셔 이지만, 조상중에 분명히 닥스 훈트나, 비글, 바셋 하운드

의 피가 난잡하게 섞여 있을 거다.

' 필시 천한 피가 흐르고 있음이야 '

내가 가끔 울트라 숏다리, 메가 롱허리, 스페샬 빅 대가리 라고 놀리다가 종종

우리 아가씨 베게 근처보다 많은, 매설 지뢰에 사무라치게 놀라기도 한다.

(말귀는 못 알아 들어도 욕하는 거하고 놀리는 것은 기가 막히게 안다)

현재 우리집의 욕실 문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하나의 입장에서 보면 말이다.

같이 기르는 엽기 모녀 푸들(코코와 케리)은 아무런 하자 없이 욕실문을 넘어

서 응아 및 쉬야를 하는데, 하나는 꼭 욕실 문앞에서 심각한 고민을 한다.

넘을까 말까를 한참을 고민하다 서서히 그 큰 머리를 돌려본다.

울 아가씨와 내가 찌릿한 눈빛으로 하나를 보고 있으면 마지 못해 슬며시 욕실

문을 넘는다.

하지만, 우덜이 잠시 딴짓을 하고 있으면 하나는 마치 자신이 쉬야를 하지 않

는 다는 듯이 좌우 경계를 하며 할일을 마저 하고는 쏜살 같이 도망간다.

우덜이 씻으러 갔다고 매설 지뢰에 몇 번 당하게 되자, 하나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요사이 교대로 욕실앞을 감시한다.


그로 인해,

우덜이 밥먹다가도 뉴스를 보다가도 설겆이를 하다가도 10분 간격으로 욕실

문앞을 쳐다 보는 버릇이 생겼다.

바야흐로 개가 사람을 훈련시키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여기서 또 의문이 생긴다.

주모선배의 버릇과 하나의 버릇이 어떤 관계가 있기에 같이 나열을 하였냐 하

는 것이다.

답변은 아래와 같다.


주모 선배와 하나의 공통점

1. 둘다 엽기적인 버릇이다.

2. 절대 안 고쳐진다.

3. 주변사람을 고통의 나락으로 유도한다.

4. 어떠한 제제를 가해도 불굴의 투지로 헤쳐나가서 결국 원하는 짓을 한다.

5. 둘다 내 주위에 가깝게 있기에 나에게 두려움을 불러 일으킨다.

6. 이 야그를 넘들에게 하소연 하면 웃기만 할 뿐 실제의 사실로 믿어 주질 않

는다.

'누가 얘 좀 말려 줘요.'

(드라이로 말리는 것 말고, 햇볕에 말리는 것 말고, 말라깽이로 만드는 것 말

고, 둘둘 마는 것 말고..... 말이다)


하나의 버릇을 없애기 위해서 별별 수단을 다 써봤다.

하지만 모두 실패였다.

그 녀석은 짓밟으면 밟을 수록 강해지는 억새풀 같은 우리나라의 민족성을 가

지고 이 땅에 태어났나 보다.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그리많이 지었길래 이런 테러무쌍한 개들만 기르게 되

는지.......

전생에 내가 응아 퍼다가 남의 집에 뿌리고 다녔나 보다.

아니면 응아를 비싼 화장품이라고 속여 팔고 다녔거나...(그것도 다단계 판매

였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하나가 전생에 지뢰매설을 하다가 실수로 죽은 녀석일거다.


하나와 매번 배틀워(전쟁)를 치르면서 얻은 결론이 하나 있다.

[열받는다고 때리거나 놀리면 아침에 향수 뿌리고 출근해야 된다] 이다.

그리고 얼른 고쳐야 겠다.

밥먹을 때 눈 부라리는 것을....

처가 댁에 가면, 장인을 비롯한 모든 식구들이 공포에 바들바들 떤다.

내 눈 빠질 까봐....


카오스 캐비어 권영항 나태수

도 장 ' 꽝 '


PS : 하나 때문에 화나 있는데, 경상도가 고향이신 아버님이 지뢰를 밟으시더

니 이렇게 말씀 하신다.

'하나! 니 또? 칵! 주글라꼬, 고마 안 하나?'

(사투리를 모르실 분을 위해 필자가 친절히 해석한다. ---> 하나 너 또

그랬냐? 진짜 죽을때까지 맞아 볼래? 지뢰 매설 그만 안 할래?)


다시 PS : 얼마전에 대학교 동창 소모임이 있었다.

주모선배는 총무를 맡고 계셨는데,

예전 보다 술마시는 폼이 안정되고 서두르지 않았다.

마시는 양도 많이 줄고 이차를 고집하지도 않았다.

마치 세상사에 달관한 사람처럼 천천히 음미하면서 술을 들이켰다.

예전의 굶은 듯이 마시던 것과는 너무도 판이하게 달라져 있었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그 의지에 놀라 감탄하며 수근댔다.

'세월이 사람을 저렇게 변하게 하는 구나...!'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했는데 저 양반은 게(철자를 유의해서 보시기 바

람)를 줬나?'

'간암에 걸렸을 거야... 저 인간이 술을 줄였을 리 없어...'

'얘가 크니까 정신 차렸나 보다'

'아냐 아냐 얘랑 같이 마실 사람인데....'

나는 진심으로 선배의 바뀐 버릇에 감동했다.

'역시 의지의 한국인이야, 박카스 먹을 자격이 있어' 하며....

술자리가 파하고 일어날 무렵, 갑자기 선배가 보이지 않았다.

선배가 돈을 갖고 있었기에 계산을 해야하므로 여기저기 찾아보니, 선배

는 이미 카운터에서 주인과 실랑이가 붙어 있었다.

외상으로 하자고........

선배가 술을 천천히 마시고 이차를 고집하지 않은 이유는 총무인 선배가

미리 걷어 놓았던 회비를 회사에 나두고 왔기 때문이었다.

[나태수] 어느 수의사의 일기 61편 - 힘내라 코코!!!
[나태수] 어느 수의사의 일기 59편 - 외계인 꼬마

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