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 공지사항
  • 언론보도
  • 칼럼 캐비어 생각
  • 어느 수의사 일기
  • 치료/검사사례
  • 진료후기
  • 캐비어 포토
  • 온라인 상담

Home > 커뮤니티 > 어느 수의사의 일기

제목 [나태수] 어느 수의사의 일기 58편 - 샘
작성자 권영항 조회 3,429
등록일 02-07-13 12:50
내용 58. 샘


샘!

샘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순간적으로 맨 처음 생각나는 것이 그 사람의 평소 생각이나 사상일 것이다.

70년대 군사독재의 암울한 교육을 받았던 우리 같은 세대는 '깊은 산속 옹달

샘'이 생각날 것이고, (왜냐? 정치와는 관계없는 것에만 신경쓰도록 배웠으므

로...)

나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은, 눈물샘이나 땀샘, 아포크라인 샘 등의 분비선이

생각날 것이고,

고등어나 중딩은 샘(선생님)이 마빡에 퍼뜩 떠오를 것이며,

장모씨 딸 모 영자님 같은 분이나, 사채에 관여하고 계신 깍두기 형님들은 셈

(사채 이자율 즉, 100만원 꾸고 한달 지나면 1000만원 되는 특이한 셈법-계산

법-)이 생각나실 거고,

푸른 기와 지붕이나 국회의사당에 계신 분들은, 넘들 잘되면 배아파, 샘물 떠

오르듯 샘솟는 샘(시샘)이 일순위로 기억날 것이며,

바다 건너 가장 가까운 곳에 사는 외넘(일부러 철자를 틀리게 씀, 야쿠자의 보

복이 두려워서..)들 께서는 독도에 하나 있다는 우물샘이 안달나게 떠오를 거

고,

시드니 올림픽에서 판정하나 제대로 못하는 심판덜 께서는 심판(?)받을 날을

샘(셈)하고 계실 거고,

개최국에서 바가지 몽땅 씌운 악덕 상인덜께서는 벌은 돈가지고 덧샘(?), 뺄샘

(?) 곱셈(?) 나눗셈(?)에 여념이 없으실 거다.

마지막으로 내가 샘, 샘 거리니까 저쪽 안식국(安息國, 편안할 안, 숨쉴 식, 나

라 국 - 즉, 편안하게 숨쉬는 나라 사람들, 다시 말해 코평수 커서 숨쉬기 좋은

양반들, 더 쉽게 야그하면 코쟁이들, 실제 우리나라 역사 책에 적혀 있는 내용

이니 본 저자를 국수주의자로 오해 하지 않으시길 바람)에서 온 샘이 왜 자기

이름을 부르냐고 묻는다.


아직까지는 무슨 내용인지 모르실 거다.

알면 재미 없죠.


깊은산속 옹달샘 근처에 사는 토끼는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기를 반복

하여 하얀털이 까맣게 되었다는 소문에 본 저자가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나> 토생원님 왜 얼굴이 까맣게 되었는지에 대해 커밍아웃을 해 주시죠.

토끼> (한숨부터 내쉰다,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사람들은 내가 세수하러 왔다가 물이 너무 깨끗해서 내 얼굴이 비쳐서 물

만 먹고 가는 줄아시는데,....

사실 이건 토끼에 대한 모독입니다.

나> 어? 그것이 사실이 아닌가요? 왜죠?

토끼> 나를 물로 보지 마세요!!!!!

우리가 그런 미련 곰탱이인줄 알아요?

지나가던 깍두기 곰이 토끼를 패려다, 나의 간곡한 만류에 못이겨 씩씩대며 사

라지는 바람에 잠시 대화가 중단이 된다.

나> 흠흠. 그럼 얼굴에 때가 낀것이 아니라면 왜 까맣게 된 거죠?

토끼> 근처에 미군 부대가 있어서 그렇답니다.

나> 그거라 미군이랑 무슨 관계죠?

토끼> 어이 나태수 양반!

그것도 모르면서 작가라고 할 수 있소?

안식국 넘들께서 깊은 산, 우리의 생명수에 폐유를 무단 방류하기에 발생

한 일 아니오?

우린 물 먹으로 왔다가 못먹고 세수만 하고 간 거 라니까요!

나> 아아아....그렇군요.

안식국인인 샘이 너무나 맑은 샘을 보고 샘이 나서, 샘을 망쳐볼 샘(셈)으

로 폐유방류를 한 샘(셈)이군요.

토끼> 고렇지 고럼,

우방이라 믿어왔던 넘들에게 우리나라가 물먹은 샘(셈)이지.


이런 인터뷰가 있을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정작 내가 샘이란 단어로 하고자 하는 말은 아래의 글이다.


샘은 포인터다.

8년생이고 출산도 3번이나 겪은 배테랑 사냥견이다.

병원 근처에서 철물점을 하고 계시는 사장님의 소중한 재산 1호 이죠.

사장님은 겨울철만 되면 사냥을 하시는데, 횟수로 10년 이상 경과한 것 같다.

이 사장님의 특징은,

첫째, 아주 성격이 좋으시다는 것과.

둘째, 한 번 얘기를 시작하시면 한말 또 하고 한말 또하는 스타일이란 거다.


3년전이다.

사장님이 샘을 데리고 병원에 오셔서 얼굴에 생긴 염증을 제거해 달라고 하셨

다.

염증의 원인은 도대체 무엇인지도 궁금하시다고 하며, 본래 공개하지 않는 수

술 장면을 구경하시겠다고 했다.

본래 사냥하시는 분들은 호기심이 많으신지 이런 분들이 그전에도 꽤 있었다.

어찌되었던 우리는 사장님께 마스크와 가운을 드리고 수술을 시작하였다.

사람으로 치면 광대뼈 부위에 구슬 크기만한 염증 조직이 있었는데, 이 부위

를 절개하여 배농을 유도하고 염증의 근원지를 찾기 시작했다.


한참 메스를 사용한 끝에 아주 조그마한, 신체조직이 아닌 딱딱한 무엇인가를

발견 하였다.

풀씨 였다.

사냥개들은 들판, 산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기에 간혹 얼굴에 풀씨가 박혀서 염

증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완전히 제거한 후에 얼굴의 미용까지 생각해서 최선을 다해 수술을 마쳤다.


수술 후 마취가 덜 깨어서 기다리고 있을 무렵, (사냥개들은 덩치가 커서 주인

이 싣고 가질 못한다.)

사장님이 커피를 시켜셨다.

다방 커피를....

수술하시느라 고생하셨다고.....

이윽고 다방 아가씨와 커피가 도착했고, 사장님은 수술 결과에 만족한 듯이 재

미있는 얘기를 꺼내셨다.

다방 아가씨와 나는 귀를 쫑긋하여 얘기에 심취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막 마취

가 깨어서 고개를 들던 샘은 주인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을 보자, 갑자기 아

주 편한 자세로 퍼져서 귀를 덮고 외면 하는 것 같이 보였다.

의아했다. 하지만,

샘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나중에 짐작할 수 있었다.


사장님과 같이 사냥하러 다니시는 분들과 있었던 일인데 명포수라는 별명을

가진 분이 계셨다.

이분들의 원 성함은 김모씨인데,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곧 아시게 될 것

이다

그분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것이다.) 김씨 께서는 사냥 초보자 시절에도

총만은 아주 잘 쏘셨다고 한다.

항상 연습을 하기 위해서 가시던 곳에서는 일행 중 최고라는 평판이 자자했었

다.

한 총잡이 하셨는데, 드디어 실전의 사냥길에 처음 개를 데리고 일행과 길을

떠났다.

그때는 충청도 지방이 사냥 허가지역이었다.

아침일찍 부터 꿩사냥을 하였지만, 일행 분들은 한꾸러미씩 어깨에 포획물을

들처 업었지만, 이 분은 단 한 마리도 잡을 수 없었다고 한다.

사냥의 장소를 옮기기 전 마지막 날 까지도.....


꿩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 총으로 조준할려치면 이미 노련한 사냥꾼인 다른분

들의 총성이 울렸고, 자신은 이미 떨어저가는 꿩을 쳐다보며 부러움을 느끼길

몇차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속사 솜씨를 가지지 못한 것을 안쓰러워 할 밖

에....


계속 한마리도 잡지 못하자 부끄럽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한 상태에서 '한마리

만 제대로 눈에 띄어라' 하고 이를 박박 갈고 있을 때, 멀리 풀섶에서 푸덕거리

는 노루의 날개짓을 보았다.

순간적으로 그의 머리에는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어디 노루와 하찮은 꿩을 비교할 것인가?

그의 머리는 대단한 포수라는 주위의 칭송이 들리는 듯 했다.

마치 육백만불의 사나이 같이 줌 렌즈로 목표물이 당겨진 그는 그 동안의 설움

을 씻을 잠깐 동안의 기회를 놓지지 않기 위해 최대한 빠른 샷을 구사했다.


'타앙'하는 경쾌한 총성음에 곧 풀썩하고 쓰러질 사냥감에 대한 기대를 실으

며, 뚫어져라 풀섶을 지켜보았다.

총소리가 하늘로 향하지 않고 땅으로 향한것에 의아심이 생긴 일행들 역시 모

두 총소리가 난 방향을 주시했다.


" 뭘 쏜거야? "

" 노루? "

" 정말? "


주위의 관심에 으쓱한 기분을 애써 누르며, 사냥감의 생각에 콩닥거리는 가슴

을 안고 풀섶으로 뛰어가던 그는 화들짝 놀라 뒤로 자빠져 버렸다.

송아지 만한 녀석이 엉덩이 쪽에서 피를 흘리며 뛰쳐나왔기 때문이다.

깜짝 놀라 다시 총을 들어 조준하려 할때, 뒤에서 안타까이 외치는 소리가 들

렸다.


"안돼...!"

"쏘지마!!!! 중지."

그 소리에 얼떨떨한 정신을 차리고 똑바로 쳐다보니 피를 흘리며 바둥거리고

있는 것은 자신의 사냥개였다.


어찌할 줄 모르고 당황해 있는 그를 제껴두고 일행들이 살펴 보니 총알은 꼬

리 길이의 정가운데 쯤을 잘라 버린 상태였다.

아주 정확히.....


사냥이고 뭐고 아끼는 개가 상처를 입자, 들처메고 뛰기 시작했다.

그뒤를 사냥한 포획물을 들처멘 일행히 천천히 쫓아갔다.


여느 시골이 그렇듯 허름한 동물병원을 찾은 그는 치료를 부탁했다.

지긋이 나이드신 수의사님은 천천히 꼬리를 꼬멘 후 그에게 말했다.

" 꼬리는 왠간하면 병원에서 잘라달라고 해유~ "

" 위험 허쟎여~, 실혈이 많으면 안 좋아유~"


그가 벌개진 얼굴로 아무말도 못했음은 당연하다.


차를 타고 다시 성남으로 올라오는 동안 그는 한마디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한

다.

왜냐?

잠시 차안의 상황을 엿보기로 하자

일행 1 > 대단해! 대단해....

흔들리는 꼬리를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맞혔데?

일행 2 > 그러게, 그것도 절반 정확히..

일행 3 > 더구나 잘 보이지도 않는 풀섶에서....

그 > .....

일행 1 > 얼마나 명포수면 수의사가 일부러 꼬리 자르려고 한 줄 알쟎아?

일행 2 > 푸하하하, 명포수는 명포수네.

일행 3 > 쏘는 것도 무지 빠르던데?

일행 2 > 내가 평상시에 연습하는 것 보고 감탄을 했어. 그때 이미 알아 봤지.

일행 1 > 어이 명포수! 근데 몇마리나 잡았나?

그 > .........

일행 3 > 우리 담번 사냥은 개 데리구 다니지 말자구. 꼬리 잘려.

일행 1 > 아예 渗撰?데꾸 다니면 되지.

그 >.....


사냥하시는 분들이 좀 장난이 심하시긴 하다.

하지만 인간성은 다들 좋으신 분들인 것 같다.

명포수(?)를 집앞에 내려 주면서 잡은 꿩 댓마리를 명포수 부인께 전달 했다

고 한다.

불행한 일이 생겨서 그렇지 초짜치고는 정말 사냥 잘 한다고 하며....

이 꿩 다 명포수(?) 잡은 것이라고 하며....


우찌 됐던 이 야그를 다방 아가씨와 난 재미있게 들었다.

사장님의 익살 어린 표정도 재미 있게 보았고....

그랬는데.....


간혹 사장님이 병원 앞을 지나시다가, 혹은 샘의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을 들르

신다

그리고 항상 커피를 시키신다.

커피주문을 하는 것을 본 샘은 머리를 숙이고 외면을 시작한다.

한 30분 쯤 자고 일어나면 되겠지 하는 표정으로,

나는 사장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시작한다.

그런데,

매번 같은 야그를 하시는 거다!

나중에는 같이 어울리시는 일행의 이름에서 부터, 가정 사정, 숟가락 몇개인

지 까지, 속속들이 다 야그하시고, 또 짬짬이 위의 야그를 하시는 거다!

다방 아가씨와 나의 얼굴은 시간이 지날 수록 '또 저 얘기야?'하는 표정으로

변해 갔고....

샘은 의례의 그 표정으로 턱을 땅 바닥에 괴고, 귀를 늘어 뜨린 후 주인의 얼굴

과는 반대방향으로 머리를 튼다.


사장님과 인간적으로 친해 지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지만, 가정사나 개인신

상에 대한 얘기는 절대로 하지 않았다.

혹시, 사장님이 주위 분들에게 내 얘기도 계속 말씀을 하고 다니실 까봐....


사냥철이 다시 시작되고 한동안 일거리가 많아 지신 사장님이 병원에 오시지

않았다.

그래서 잠시 잊고 있었는데,

작년 사냥철이 끝나고 샘이 다시 병원을 찾았다.

얼굴에 또 염증이 생겨 있었다.

사장님은 수술을 부탁하셨고, 나는 '또 풀씨가 박혔나봐요' 하고 집도를 시작

했다.

'이번에도 수술 끝나고 나면 커피 시키시겠지' 하며,


수술을 마치고, 항상 그래왔듯이 다방커피가 도착할 즈음 사장님이 물으셨다.

"풀씨 나왔나. 또 ? "

" 아뇨. 이번에는 풀씨가 아니던 걸요. "

" 그럼. 뭔데? "

" 나무 가시 네요 .."

" 아깐 풀씨라면서? "

" 그러게요. 그런 줄 알았는데."

머리를 긁적이고 있을 때,

커피가 도착했다.

다방 아가씨가 새로 왔다.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들으며,

나는 사장님의 눈빛이 잠시 번뜩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이미 난 또 각오를 해야 했다. 30분 이다! 그정도면 끝날 거다!)

사장님은 자신의 얘기를 들어줄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에 즐거워 하시며,

침을 튀기면 사냥 얘기를 시작했고,

새로 온 다방 아가씨는 재미난 듯이 사장님의 얘기를 듣기 시작했고,

샘과 나는 서로의 눈을 맞추며 애써 지루한 표정을 숨겼다.

' 아! 또 그 얘기야 ' 하며..


난 부럽다.

샘은 편안한 자세로 눕기도 하고, 하품도 하며, 고개를 돌리고 딴 생각을 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사장님의 상처를 받으실 까봐 난 그렇게 하지 못한다.


카오스 캐비어 권영항 나태수

도 장 ' 꽝 '


PS 1 : 새로온 다방아가씨에게 얼핏 들으니, 풀씨와 나무가시 야그도 하고 다

니신다고 하네요.

제가 풀씨와 가시도 구분 못했다나 하면서....

살 속에 박힌 게 뭔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끄내 봐야 알지.....

근데, 사장님의 얘기를 듣던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이 울리면 빚쟁이의 독

촉 전화라 하더라도 아주 기뻐하며, 바로 자리를 비우신다고 한다.

그 이유를 사장님만 모른다.


PS 2 : 제 홈페이지를 다녀 가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제 신상의 노출

을 지극히 꺼려합니다.

그랬었는데, 우짜다가 방송출연을 하게 됐네요.

10월 6일 KBS 1TV, VJ 특공대라는 프로그램에 15분 정도 출연할 겁니다.

테마는 출산입니다.

오후 10시에 방영됩니다.

한편으로는 매우 기쁘고, 한편으로는 매우 걱정입니다.

수술장면과 인터뷰가 나갈 것 같은데, 그날 촬영이 새벽 3시 이후에 이루

어 진거든요.

자다 부시시한 모습으로 방영될 것이 뻔해서 너무 두렵네요.

아! 눈주위에 검정 테이프라도 붙여서 방영해야 하지 않을까?

[나태수] 어느 수의사의 일기 59편 - 외계인 꼬마
[나태수] 어느 수의사의 일기 57편 - 컨스피러시

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