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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태수] 어느 수의사의 일기 47 편 - 조폭아저씨
작성자 권영항 조회 2,660
등록일 02-07-13 12:32
내용 47. 조폭 아저씨


어느 영화에서 보니, 건달과 양아치의 차이를 확실히 표현하는 대사가 있었다.

박신양이 전도연의 허벅지를 더듬자, 전도연이 박신양을 보고 양아치라고 쿠

사리를 주었다.

그러자, 박신양은 자신은 건달이라고 우긴다.

전도연이 건달이나 양아치나 같은 것이 아니냐(우리들 표현으로 '이마나 마빡

이나!' 라고 표현한다) 고 되묻자 박신양이 갑자기 전도연의 어깨를 감사쥐며

이렇게 말한다.

"한번 하자!"

"이렇게 하면 건달이고"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 한 번 만 줘어~ 이잉~"

"이렇게 하면 양아치야"


여기서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그럼 조폭은?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아마 이렇게 할 것 같다

" 대! "


갑자기 이런 소리를 왜 하느냐?

우리 병원 손님 중에 한 분이 조폭 아저씨 이기 때문이다.


이 조폭 아저씨를 맨 처음 본 것은 우리 동네 모 목욕탕에서 였다.

탕속에 들어가 청산리 벽계수를 열씸이 찾고 있을 무렵. 한 눈에 탁 봐도 우락

부락, 느물느물, 부리부리, 덩치빵빵, 등호문신(등에 호랑이 문신), 덜렁덜렁

(?) 한 남자가 들어왔다.

* 주 - 덜렁덜렁이란?

(만 18세 미만은 읽지 말고 넘어가시길...)

이 아저씨는 중동의 샥시 골목 조폭이신데 그러다 보니 거기(?)에 수술

의 필요성을 느끼셨나 보다!

자그마치 구슬이 4개나 거북이 머리에 박혀 있었다.

(필자의 사회적 지위와 이미지상 여기까지만 설명하겠다. 구슬과 거북

이에 상세한 설명을 원하는 분은 메일을 주시기 바랍니다. - 정말 모르

시진 않겠지요?)


샤워도 하지 않고 다짜고짜 탕속에 철푸덕 들어왔다.

굉장히 터프하게 (목욕탕의 물이 절반쯤 넘쳤고, 벽계수 찾던 필자의 코와 입

에 막무가내로 물이 침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


순간적으로 화가 난 나는 그 아자씨를 쳐다 보았다

(이때 까지는 나에게 테러를 저지른 자가 조폭 인 줄 몰랐다)

그러나,

그 아자씨의 오른 팔에 있는 뱀 문신, 왼 팔에 있는 하트에 화살표 꽂힌 문신

을 보고, 속으로 뜨끔(깨갱!) 하며 시선을 이내 돌렸다.


두번째 그 아자씨를 만난 것은 병원에서 였다.

요 앞의 샥시 골목에서 요크셔 한 마리를 데리고 아가씨가 병원을 방문했다.

그때, 같이 병원에 왔었다.

담배 뻑뻑피며, 바닥에 가래침을 탁탁 뱉으며, 강아지 머리를 탁탁 치며, '무

슨 개새끼가 치료를 받아?'. '무슨 개새끼 주사비가 이렇게 비싸?'를 남발하면

서......


세번째는 설 전후이었다.

이때 설에는 왜 이리도 입원이 많은 지, 10일 넘게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병원

에서 새우잠을 자느라 내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소나, 개도 아니었다.)

자다 부시시한 것 같은 얼굴로 강아지를 치료하고 있을때, 이 조폭 아자씨가

병원에 왔다.

요크셔를 안고서....

(이 요크셔 이름이 멍팅이였다.)

임신 64일이 넘었는데 새끼를 낳지 않는다고 병원에 데려 오셨다.

서둘러 사진을 찍고 검사를 해 보니, 자궁 무력증이 었다.

멍팅이는 분만에 이미 지쳐 있었고, 생식기에는 태반이 박리되어 초록색의 분

비물이 낭자했다.

멍팅이의 배에 대고 청진을 하자 태아의 심장박동이 불규칙하고 아주 미약했

다.

어미나 태아나 아주 위험한 상태였다.


내가 빨리 수술을 하자고 권하니까, 이 아자씨는 개가 뭔 수술을 하냐고 화를

낸다.

무조건 그냥 끄내라고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아무리 설명을 드려도 소용이 없었다.

우기는데 장사 없다고, 기냥 뒤로 끄내라고 핍박을 하며, 눈을 부라렸다.


평상시 같으면, 그 살벌한 눈에 깨갱하며, 암말(암놈말이 아님 숫놈말도 아니

고, 아무말도란 뜻)도 못하고 시키는 대로 했을 것이나, 이번은 상황이 달랐다.

멍팅이가 죽을 수도 있고, 시간이 늦어지면 태아가 잘못될 수도 있었다.

어디가 그런 용기가 났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나역시 화를 내었다.

눈을 부라리며(객관적으로 야그해서 필자도 눈 부라리면 무섭습니다. 튀어나

온 눈알 빠질까봐!)....


"아니 지금 병원에 오셨으면, 수의사을 말을 신뢰하고 따라 주시던가, 아님, 저

를 못믿으시겠으면, 다른 병원에 빨리 데려가세요. 어미와 새끼 상태가 심각

할 정도롤 안 좋습니다.. 여기서 말도 안되는 말씀으로 빡빡 우기지 마시구요!"


"뭐라고라고라?"


갑자기 분위기가 가축적이고 화기애매해 졌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거의 주먹이 눈앞에 왔다갔다할 지경이었다.

내가 말해 놓고도 속으로 뜨끔했으니...


그러나, 이 아자씨, 잠시 생각하는 듯이 뜸을 들이더니

"해!"

라고 한마디 했다.

"안됩니다."

"해!"

"위험해요!"

"그럼... 해!"

"유도분만은 지금 상태에서 어렵다니까요!"

나도 끝까지 숙이지 않았다.

"아니, 수술하라고 그럼. 에이 띠팔, 개새끼가 무신 칼을 대?"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이나고, 분만 후 관리법에 대해, 이 조폭 아자씨에게 기

계적(솔직히 인간적으로 대할 수는 없었다)으로 설명을 드렸다.

그리고, 왜 이렇게 수술을 안시키실려고 하냐고 되물었다.

이 아자씨는 병원문을 닫고 나가는 순간까지

"에이 띠팔, ㅈ같이"

를 남발하며 대답을 회피했었다.


어느날 시간이 한 참 흘러서, 이 일을 잊을 때쯤, 이 아자씨가 술이 잔뜩 취해

서 병원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눈쌀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또, 가래침을 바닥에 뱉으며, 또, '티팔, ㅈ같이'를 연발하며,

또, 담배연기를 병원에서 내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떻게 오셨어요?' 라고 말을 막 했을 때, 이 아자씨가 다짜고짜 소리를

지른다.

"너 왜 우리 멍팅이 칼 댔어? 엉? 죽고싶어? 띠팔!. ㅈ같이"

"야 이새끼야! 몸에 칼자국 나는 건 나하나로 족하다구! 알겠어? 이런 띠팔,

ㅈ같이!"

"이런 우라질!. 개새끼 까정 칼부림 당하네 띠팔. 젠장"

그러더니 병원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나는 황당하고 당황스러웠으나 이내 마음을 가라앉혔다.

한참을 앉아서 위의 말을 곱씹자 조폭 아자씨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도

있을 것 같았다.

열심히 성의껏 수술해주고 욕 먹자 기분은 좋질 않았지만, 이 양반은 이런식으

로 살아왔고, 그래서 표현이 좀 거칠 수 밖에 없으니 이해를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러자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었다


한가지는 확실했으니까!

이 양반이 말은 좀 험해도 적어고 강아지 만큼은 사랑하고 아낀다는 것

은.........!


카오스 캐비어 권영항 나태수

도 장 ' 꽝 '


PS : 이 아자씨 사료 사러 오면 꼭 그런다.

'개새끼가 남은 밥 먹으면 되지 무신 고급사료야?'

그러면서 사료 젤루 고급사고 간식을 한바구니 구입한다.

그래놓구 또 궁시렁 거린다.

'개새끼가 뭔돈을 이렇게 잡아먹어?'

'개새끼 팔자가 나보다 좋네. 띠팔.'


말은 꼭 이렇게 하면서도 계절마다 옷해입히고, 좀 아프다 싶으면 병원에

재깍(위의 일이 있은 후 부터) 데려 오고, 시간 칼 같이 지켜서 예방접종

해 준다.

구충제도 꼬박꼬박 먹이고, 변검사도 착실히 하신다.

일년에 한 번 정도는 건강진단을 하신다.


말투와 행동이 조금 좀 그렇긴 해도, 강아지를 아끼는 맘은 알 수 있다!


강아지를 부를때면 조폭의 분위가 물씬 풍긴다.

조폭> 멍팅아!

멍팅이> (병원에 와서 내 앞에서 알짱거리고 있다가 잽싸게 달려온다)

조폭> 대!

멍팅이> (벌떡 디비져서 배를 드러내 놓는다)

조폭> (배를 쓰다듬다가) 가!

멍팅이> 쪼르르 안 보이는 곳으로 사라진다.

조폭> (간식을 뜯어서 바닥에 놓으며) 먹어!

멍팅이> (어디선가 다시 뽀루루 나타나 '네, 형님' 하듯이 머리를 숙여서

간식을 먹는다)

조폭> 가자!

멍팅이> (먹다말고 벌떡 일어나 주인을 쫒아간다)


다시 PS : 그 뒤 부터는 목욕탕에서 가끔 만나면, 욕탕에 터프하게 다이빙을

하지는 않는다.

최소한 내가 있을 땐........

아마 내가 눈을 치켜떳었던 것을 보고 겁이 나셨나보다!

내 친구들이 항상 야그하듯이 내 눈알이 빠질까봐서

.... 흑흑 ㅠ,ㅠ

[나태수] 어느 수의사의 일기 48 편 -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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